싸이월드 피난 400

2014.10.08. 17:52 ㅡ 손팻말

쌀쌀 쨍쨍 팻말 든 손가락 사이를 감도는 그제 아침 바람이 차갑나 싶더니 오늘까지 계속 쌀쌀했습니다. 쌀쌀. 날씨나 바람 따위가 차가운 거야, 뭐, 옷에 기대거나 어금니 몇 번 사리물면 되겠죠. 쌀쌀. 허나 그자(者)와 그자에게 비루한 몇몇 노예의 외면은 차갑기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듯합니다. 왼쪽 광대뼈 가까운 곳 허공에 돋보기라도 있는 듯 점심 먹을 나절 볕이 따가웠습니다. 쨍쨍. 볕 몹시 내리쬐는 거야, 뭐, 지난여름 살갗에 구릿빛 좀 더하면 되겠죠. 쨍쨍. 허나 정인섭 언론개혁시민연대 대외협력위원과 추혜선 사무총장의 연대는 따뜻하기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듯합니다.

싸이월드 피난 2020.06.26

2014.10.10. 14:55 ㅡ 손팻말

119. 소화전. 사장 차. 담배. 손팻말 지척 바닥에 ‘소화전’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등에 ‘119’라 새긴 분 여럿이 뚜껑 열어 “오십”이라 점검하는 걸 보고야 알았네요. 오십? 수압 같은 걸 살펴본 거였겠죠. 거참, 뜻밖에 ‘소화전’이 눈에 밟혔습니다. ‘소화전’에 잇대어 쓴 ‘주차금지’도 새롭고요. 하! 얼마간 괜스레 눈길 갈 것 같아요. ……. 손팻말 지척 ‘소화전’에 꽂힌 제 시선을 검은 자동차가 흩뜨렸습니다. 꽁무니 번호판을 보니 사장 차. 한데 아홉 시 이십 분?! 출퇴근 보고가 어쩌고저쩌고… ‘근태’를 앞세워 특정 노동자를 해고한 자본가가 이십 분이나 지각해서야 쓰겠습니까. 사장은 제 편의에 따라 출퇴근과 외근 시간 따위를 맘대로 선택하면서 성실히 땀 흘리는 노동자에겐 “너는 출근이 늦..

싸이월드 피난 2020.06.26

2014.10.13. 10:43 ㅡ 정부조직법

낱말 또는 세상, 정부조직법 ■정부조직법은 국가행정기관을 꾸릴 기준과 기관별로 맡을 일의 대강을 정한 법. 1948년 7월 17일 이 법을 ‘공포한 날로부터 시행한다’는 제1호 부칙을 낸 뒤로 각 정권의 뜻에 따라 법령을 바꿨습니다. 그때그때 정부 조직을 고쳐 새로 편성한 거였죠.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수립, 경제정책 총괄·조정, 예산 편성·집행 등 이러쿵저러쿵한 사무를 맡는다’는 형태로 죽 나열했습니다. 이명박 정부(2008년 2월 25일~2013년 2월 24일)를 기준으로 볼 때 맨 앞 기획재정부 뒤로 교육과학기술·외교통상·통일·법무·국방·행정안전·문화체육관광·농림수산식품·지식경제·보건복지·환경·고용노동·여성가족·국토해양부가 잇따랐죠. 모두 15부였고, 각자 할 일을 법으로 정했습니..

싸이월드 피난 2020.06.26

2014.10.22. 14:09 ㅡ 종편

낱말 또는 세상, 종편 종편.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를 줄여 부르는 말. 종합편성은 보도·교양·오락을 포괄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엮어 모아 채널을 짠다는 뜻이죠. SBS·KBS·MBC 같은 기존 지상파 방송사업자가 종합편성을 합니다. 2011년 12월 1일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신문이 유료 종합편성 방송을 일제히 개국한 탓에 ‘조중동매 방송’이라고 따로 일컫기도 했지만 ‘종편’이 여럿의 입에 익었습니다. 2011년 12월 1일 앞뒤로 대여섯 해 동안 ‘종편’이라는 단어가 워낙 자주 언론 매체에 등장했기 때문이기도 할 텐데, 그리 입에 익을 만큼 그들의 방송이 우리 생활 주변을 자꾸 건드리네요. 어디 생활 주변뿐이겠습니까. 종편은 ‘5·18 광주 민주 항쟁’을 무참히 짓밟았습니다. 시청률..

싸이월드 피난 2020.06.26

2014.10.27. 17:40 ㅡ 肖像 3

가이와 가이새끼의 肖像 3 망종(亡種). 아주 몹쓸 종자. ‘가이’는 사실 그 ‘가이새끼’를 잘 몰랐다. 수년 전 그놈을 처음 보았으되 매일같이 끼고 산 건 아니었으니까. 가이가 그놈을 직접 낳거나 키우지도 않았으니 잘 알 턱이 없었다. 그놈을 잘 몰랐지만 가이가 할 수 있는 선택 가운덴 참 잘한 셈이었다. 망종. 그놈이 ‘아주 몹쓸 종자’였으니까. 하긴 유유상종(類類相從)인지라 가이가 그놈의 망종 기질을 첫눈에 알아보았겠지. 가이는 직접 그놈을 사냥에 내몰지 않았다. 또 다른 가이새끼가 그놈을 다그치는 모습을 보며 그저 미소 지었을 뿐. 뒷짐 진 채. 가이는 참으로 무식했으되 몇몇 가이새끼를 어찌 부려야 할지 얼마간 겪어 본 듯했다. 몇몇 가이새끼가 자신을 향해 앞다퉈 충성하게, 경쟁하게 꾀어 본 듯도..

싸이월드 피난 2020.06.26

2014.10.28. 14:48 ㅡ 이기주와 서병조

이기주와 서병조: 한국 관가 표지 2009년 6월 8일 블로그에 올린편 조횟수가 2013년 1월 2100건을 넘어섰습니다. 하루에 수십만 명씩 다녀간다는 몇몇 인기 블로그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죠. 하루가 뭡니까. 2100건을 넘어서는 데 삼 년 팔 개월쯤 걸렸습니다. 한마디로 하품 나는 건수네요. 허나 제겐 매우 귀중하고 요긴한 ‘2100건’입니다. 블로그를 화려하게 치장하거나 행사(이벤트)를 벌여 독자를 꾀지 않았거든요. 널리 알리지 않았다는 얘기죠. 그저 일기처럼 블로그에 글을 쌓기 시작했고, 글이 쌓이다 보니 개인 창고(데이터베이스)처럼 쓰게 된 것에 불과했습니다. 헌데 ‘2100번’이나 읽어 주신 분이 계시니 어찌 기껍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색달라 놀라운 데다 고마운 마음에 ‘글을 더..

싸이월드 피난 2020.06.26

2014.10.30. 15:30 ㅡ 통일

숙제. 통일. 어제. 17시 29분.앞에서 당산역으로 가는 마을버스 안. 같이 사는 벗이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이 친구가 오후 다섯 시 반 언저리에 아빠에게 전화를? 버스 안이었지만 무슨 일 있나 싶어 전화를 받았죠. “아빠, ○○ 후엔 어떻게 해야 해?” “응? 뭐라고?” 벗 말 가락이 무슨 일이 일어났거나 큰일 따위는 아닌 듯해 일단 안심. 말 가락 더듬다 보니 제가 ‘○○’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어요. “아빠가 지금 버스 안이어서 통화하기가 좀 어렵겠다. 이따 전화할게.” “아니, 아니, 아주 간단한 거야. 도덕 숙제 땜에 물어볼 게 있어.” 손으로 입 감싼 뒤 속삭이듯 제가 “그래? 뭔데?” “통일된 뒤엔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애들하고 토론해야 하는데 어떻게 시작할지 잘 모르겠어.” “통일?!..

싸이월드 피난 2020.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