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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의 기분

김먼지 지음. 제철소 펴냄. 2019년 4월 29일 초판 1쇄. 그렇다. 종이와 활자 뒤에 숨어 아무리 고상한 척해도 결국 출판은 산업이요, 출판사는 사업이고, 책은 상품이다(42쪽). 코딱지만 한 우리 회사는 매달 새로운 책이 나와야 매출이 생긴다. 매출이 생겨야 회사와 내 월급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51쪽).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2018년은 정부가 지정한 ‘책의해’였다. 그해 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민독서실태조사’를 발표했는데,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했다(123쪽). 그는 이제 아이들을 위한 아름답고 예쁜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나는 잘 팔리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들고 간 계약서에는 도장을 받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

출판하는 마음

은유 지음. 제철소 펴냄. 2018년 3월 29일 1판 1쇄. 2018년 4월 30일 1판 2쇄. “제가 IMF 직격탄 세대인데 뭘 가리고 빼고 할 겨를이 없었지요. 무시무시한 국가 재앙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월급 60만 원짜리 잡지사 기자로 스물셋에 덜컥 취직을 했어요. 그게 라는 월간 문학문화잡지예요(29쪽).” 끊임없는 독서로 일상의 불안을 잠재우고 편집자의 본분을 다한다(51쪽). 메모 습관은 장소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처음 만난 이와 일대일로 대화를 나눌 때도 친구들이랑 있을 때도 쓸 만한 게 생각나면, “잠시만요” 말을 끊고 적는다. 기억은 사라져도 메모는 남는 법. 자신을 믿기보다 기록을 믿는다(69쪽). 저자는 자기 글의 최초 독자다. 저자가 최초로 위로받는 독자인 게 맞다. 자신을 위로..

죄수와 검사 ━ 죄수들이 쓴 공소장

심인보 김경래 지음. 뉴스타파 펴냄. 2021년 4월 30일 초판 1쇄. ‘조 브라더스’라고 불렸다. ‘브라더’ 가운데 동생에 해당하는 첫 번째 조 씨는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금융 사기범으로, 워낙 머리가 잘 돌아가고 입담이 좋아서 검사실에 단골 출정을 하며 수사를 도왔던 인물이다(29쪽). 판결문에 나온 동생 조 씨의 행태는 정말이지 가관이었다. 조 씨는 수사관 J의 비호를 받으며 서부지검 415호 검사실을 개인 사무실처럼 사용했다(31쪽). 조 씨는 이렇게 검사실의 위세를 업고 사기 행각을 벌이다 2016년 9월 결국 체포됐다. 조 씨를 체포한 것은 다름 아닌 최희정 검사실이었다. 조 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결과 2 ~ 3박스 분량의 수사 기밀 자료가 나왔다(32쪽). 우리는 죄수, 즉 제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