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피난 400

2012.04.27 08:44 ㅡ 양산로

양산로 서울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 2번과 3번 출구 사이로 난 길. 양산로. 이 길 따라 영등포로53길과 만나는 곳까지 죽 걸으면 ‘영등포중앙시장’ 입구에 닿는다. 역 2번 출구로부터 왼쪽 인도로 70미터쯤 가면 ‘○○종합문기사’다. ‘문기사’라는 말뜻을 잘 모르겠으나 간판에 작은 글씨로 ‘제도(製圖)·사무용품 전문점’이라 써 두었다. 사업 규모가 제법 될 듯싶다. 이 점포 앞에 빗물 흘러내리라고 만든 작은 하수구가 있는데 늘 무언가를 태운 흔적이 보였다. 종이 등속을 태운 뒤 하수구로 재를 쓸어 낸 듯했다. 불꽃이 살아 있는 날도 있었다. 유심히 살피니 종이 등속이 맞았다. 냄새가 독한 그을음도 났다. 플라스틱 같은 게 섞인 것 같았다. ‘○○종합문기사’ 사장님이었다. 종이 등속에 불을 놓은 사람..

싸이월드 피난 2020.06.27

2012.05.03. 08:53 ㅡ 그들의 새마을운동

[책] 그들의 새마을운동 김영미 지음. 푸른역사 펴냄. 2009년. 이재영……. 새마을운동은 박정희 정부에 의해 ‘창조’됐지만 창조 이전에 ‘발견’이 있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새마을운동 이전에 전국에는 새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농촌운동가들이 존재했다. 그들의 행위는 박정희 정부가 불확실성 속에서 시작한 새마을운동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되는 중요한 근거였다. 그들이 걸어온 길은 정부가 지도해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정부는 그들을 ‘새마을의 기수’로 불러들임으로써 그들이 이룩한 기존 성과를 불확실한 새마을운동의 미래로 활용했다. 이재영의 생애사는 새마을운동 이전에 존재했던 농촌 사회의 자발적 운동과 그것이 정부 주도 새마을운동으로 어떻게 포섭되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244쪽)..

싸이월드 피난 2020.06.27

2012.05.07. 18:07 ㅡ 빨강 독후

빨강 독후 제가 이(e)북을 하나 만들어 봤습니다.라고 독후감을 모아 놓은 겁니다. 원고만 준비되면 한두 시간 안에 뚝딱 전자책을 엮을 수 있으니 세상 참 좋아졌네요. 요즘 유행하는 전자출판 프로세스를 한 번 겪어 보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쓰고 싶은 대로 쓸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인 것 같아요. 표지도 MS파워포인트를 이용해서 제가 만들었어요. 출판사와 계약하고 원고 손보고 하는 과정과 종이로 인쇄하는 과정까지 생략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신기’합니다. 한계도 있네요. SK플래닛의 e북 제작 체계가 상대적으로 간편해 판매처로 ‘T스토어’를 선택했는데, T스토어 회원이어야만 책을 살 수 있답니다. 제가 책을 몇몇 분에게 선물로 보내 드리려 시도했는데, 받는 이 역시 T스토어 회원이어야 수신이 가능하답니..

싸이월드 피난 2020.06.27

2012.05.16. 08:54 ㅡ 성장률 속에 감춰진 한국 사회의 진실

[책] 성장률 속에 감춰진 한국사회의 진실: 진보의 시선으로 바라본 2010 한국사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지음. 시대의창 펴냄. 2010년 일월. GDP 성장과 주가 상승 등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민 생활을 향상시키겠다는 정책 틀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 틀을 바꿔야 한다. “GDP는 경제 분석의 좋은 지표가 아니”라고 선언하면서 “금융이윤과 부동산 값 상승에 따른 성장은 허구”라고 지적한 스티글리츠 교수의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103쪽). 우리나라 대기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자본의 세계화는 상당한 수준으로 확대되어 있어 자국에 대한 고용 투자를 기피하는 상황이다. 신자유주의 이전 시기까지 국내 고용 확대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제조업에 대한 자본 투자가 해외로 돌려짐에 따라 이..

싸이월드 피난 2020.06.27

2012.05.23. 08:46 ㅡ 노르딕 모델

[책] 노르딕 모델: 북유럽 복지국가의 꿈과 현실 메리 힐슨 지음. 주은선·김영미 옮김. 삼천리 펴냄. 2010년 사월. 20세기 스칸디나비아 문화가 독자의 미학적 가치관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건축과 디자인에서 기능주의 운동으로 표현되었다.……중략……특히 노르딕 기능주의는 건축물의 아름다움과 실용적 사회정책을 결합했다. 새로운 ‘인민의 집’은 비유적으로뿐만 아니라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도 구성되었고, 스웨덴 사회민주주의 가족 정책의 창시자인 알바 뮈르달(1902~1986)은 새로운 형태의 공공주택을 설계하기 위해 건축가 스벤 마르켈리우스(1889~1972)와 공동 연구를 했다(32쪽). 국가 건설과 의회 민주주의를 향한 경로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노르딕 국가들 사이에는 중요한 유사성이 있었다..

싸이월드 피난 2020.06.27

2012.05.25. 08:48 ㅡ 참여의 희망

■참여의 희망: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만나다 김만권 지음. 한울 펴냄. 2009년. 이 책. 눈이 번쩍. 2009년 십일월 이일 밤 11시 30분 마지막 쪽을 덮은 뒤 가슴에 가득 차오른 그 든든함. 그 뿌듯함. 세상엔 통찰력 뛰어나고 올곧게 말하는 지은이 같은 이가 있어야 한다. 많아야 한다. 나, 이 책, 곁에 두고 소중히 여긴다.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 다른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은 오래된 지혜다. 밀은에서 잘못된 이견까지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충고한다(163쪽). 다른 목소리를 관용하지 않고 ‘정의’가 아닌 집단 내부의 만장일치만을 위한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스스로 ‘사이좋은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것이다(161쪽). 카스 선스타인,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많은 견해와 입장이 있는 듯하나 자..

싸이월드 피난 2020.06.27

2012.05.30. 08:50 ㅡ 권유보다 선물. 담배보다 막걸리.

■닥치고 정치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푸른숲 펴냄. 2011년. 선물. 2011년 유월. 그가 내게 을 내밀었다. 그의 다른 손엔 내 책 (마티, 2010년)가 들렸다. 마음은 아마 이럴 때 느끼어 움직이라고 있을 거다. 그래서 막걸리. 그에게 푹 젖어 들었다. 권유. 2011년 시월. 그가 내게 를 내밀었다. 그의 다른 손엔 담배가 들렸다. 마음은 아마 이럴 때 느끼어 도망가라고 있을 거다. 그래서 책 읽기. 에 푹 젖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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