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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그날

유승하 지음. 창비 펴냄. 2020년 4월 3일 초판 1쇄. “어떡해? 우리 동네 철거될 거래···(34쪽).” 감옥 생활은 어찌 보면 자신을 더 강하게 단련시키는 또 다른 인생 학교랄까···. 저들이 내 몸은 구속했을지언정 내 사상, 신념은 구속할 수 없어(49쪽). 1987년 1월 14일 아침 남영동 대공분실(84쪽). 믿을 수가 없어. 정말 종철이가 죽었다고?······중략······온 세상이 깜깜해. 이 어둠이 끝나기나 할까? 영원히 이럴 것만 같다(95쪽). 18:00 뎅 뎅 뎅 뎅. “호헌철폐 독재타도(171쪽).” ‘한열이를 살려내라(189쪽)!’

아무튼, 떡볶이

요조 지음. 위고 펴냄. 2019년 11월 25일 초판 1쇄. 2019년 12월 5일 초판 2쇄. 우리는 괴물처럼 먹고선 소녀 같은 얼굴로 나왔다(31쪽). 우리는 쓸쓸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전복죽을 엄청 맛있게 먹었다(35쪽). 아주머니는 “응” 하더니 그 초라한 철판 안을 국자로 슬슬 몇 번 젓고 떡 몇 조각과 오뎅을 그릇에 담아주었다. 떡은 가래떡이었고 길이가 몽당했다. 양념이 굉장히 붉어서 입에 넣는 순간 아주 매울 것 같았다(40쪽). 이 작은 가게에서 얼마나 커다랗고 아름다운 것이 쑥쑥 뻗어나가고 있는지 김경숙 씨는 알고 있을까(121쪽). 떡볶이집 이야기만 나오면 부지불식간에 알은척을 하고 있는나를 보면서 뭔가에 대해 많이 알아가는 사람은 조금만 방심하면 바로 재수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

동아 평전

손석춘 지음. 자유언론실천재단 펴냄. 2021년 3월 22일 초판 1쇄. 공정은 공평과 올바름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공평에 머물고 있는 보도나 논평을 소극적 공정으로, 공평에 더해 올바름까지 숙의한 보도나 논평을 적극적 공정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30쪽).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향한다면 소통권 약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누군가 담아내야 한다.······중략······바로 그 임무를 맡은 사회적 제도가 언론이고 저널리즘이다.······중략······아래로부터 민주주의를 구현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일궈낸 가치가 공정이다(32쪽). 언론사적 의미를 짚을 때 “3·1운동의 정신이 그대로 이어진” 신문은 동아일보가 아니라 조선독립신문이었다(41쪽). 총독부가 선택한 발행인은 세 명이었다. 노골적인 친일세력에게 먼저 발..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이연주 지음. 포르체 펴냄. 2020년 12월 2일 초판 1쇄. 2020년 12월 28일 초판 6쇄. 아는 검사 출신이 선거에 출마하거나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걸 보면 ‘검찰에 그나마 갇혀 있던 바이러스가 저기로까지 퍼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21쪽). 내가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 조직이란 허가받은 범죄단체죠. 검찰의 공기에 부패와 범죄의 포자가 날아다녀요. 일부는 마치 범죄를 저지를 특권이 있는 것처럼 행세해요. 치외법권인 거죠. 나머지 다수는 오염된 공기에 의식이 마비되어 판단력을 잃어요”라고 한 적이 있다(44쪽). (특수부 출신 변호사) “특수부 수사는 밑그림을 먼저 그리고 거기에 맞는 조각을 맞춰가는 수사다. 안 맞는 조각이 나타나면 밑그림을 버릴 만도 하지만, 이왕 개시한 수사는 성과를 내기 ..

며느라기

수신지 지음. 귤프레스 펴냄. 2018년 1월 22일 초판 1쇄. “아니, 무슨 유부녀가 집을 일주일이나 비우니? 그거 꼭 가야 하는 거야?” “네?” “꼭 사린이 네가 가야 하는 거 아니면 못 간다고 하고 다음에 가면 안 될까? 결혼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집을 비우면 어떡해. 새신랑이 밥도 못 얻어 먹으면 어떡하니···.” “이 사람아, 남편 밥 차려 주느라 출장 못 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러다 회사 잘려(114쪽)!” 사춘기, 갱년기처럼 며느리가 되면 겪게 되는 ‘며느라기’라는 시기가 있대. 시댁 식구한테 예쁨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그런 시기. 보통 1, 2년이면 끝나는데 사람에 따라 10년 넘게 걸리기도, 안 끝나기도 한다더라고(221쪽). “아니요(463쪽).”

까마귀 ━ 이태준 단편선

이태준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06년 2월 1일 초판 1쇄. 2009년 12월 14일 초판 4쇄. 나는 그 다섯 송이의 포도를 탁자 위에 얹어놓고 오래 바라보며 아껴 먹었다. 그의 은근한 순정의 열매를 먹듯 한 알을 가지고도 오래 입 안에 굴려보며 먹었다(32쪽). 저녁마다 그는 남포에 새 석유를 붓고 등피를 닦고 그리고 까마귀 소리를 들으면서 어둠을 기다리었다. 방 구석구석에서 밤의 신비가 소곤거려 나올 때 살며시 무릎을 꿇고 귀한 손님의 의관처럼 공손히 남포갓을 들어올리고 불을 켜는 것이며 펄럭거리던 불방울이 가만히 자리 잡는 것을 보고야 아랫목으로 물러나 그제는 눕든지 앉든지 마음대로 하며 혼자 밤이 깊도록 무얼 읽고 무얼 생각하고 무얼 쓰고 하는 것이다(39쪽). 까마귀들은 이날 저녁에도 ..

노땡큐 ━ 며느라기 코멘터리

수신지 지음. 귤프레스 펴냄. 2018년 10월 19일 초판 1쇄. 2018년 11월 8일 초판 2쇄. “나도 그대 반응이 기억나. ‘시금치’가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 ‘시댁이 싫어서 시금치도 보기 싫다’는 말은 모두가 아는 관용구라고 생각했거든(77쪽).”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아진 남편이 요즘 부쩍 외로워 보인다. 이러한 주제로 함께 이야기 나눌 동성 친구를 아직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89쪽). (수신지 엄마) “나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잘 보면 그 사람들은 그냥 얘기를 받아주고 있어. 그게 좀 서운하거든. 그런데 나도 나보다 한참 연세 많으신 분이 말을 걸면 그냥 맞장구만 쳐드리게 되더라(107쪽).” (위근우) 무구영은 단순히 유약하거나 무기력하지만 착한 남자가 아..

모두의 제주

제주여행연구소 지음. 두사람 펴냄. 2019년 5월 15일 1판 1쇄. 월정리라는 마을 이름은 마을 모양이 반달을 닮고 바다가 인접해 ‘달이 뜨는 바다’라는 의미로 지어졌다(28쪽). 중문색달해변은······중략······‘진모살’이라 불리는 모래가 그 특별함의 비결이다. 흑, 백, 적, 회색을 띠는 진모살은 제주 특유의 검은 현무암과 조화를 이뤄 무척이나 아름답다.······중략······한겨울에도 해수 온도가 20도에 다다를 정도로 물이 따뜻하고, 우리나라 최우수 해수욕장으로 꼽힐 만큼 깨끗한 곳이다(40쪽). 삼양검은모래해변······중략······검은 모래는 해안 주변에 분포하는 화산암이 오랜 기간 동안 파도의 침식작용을 받아 만들어진 것과 하천을 통해 운반된 것들로 이뤄졌는데, 현무암으로부터 떨..

매드 매드 사이언스 북

레토 슈나이더 지음. 뿌리와이파리 펴냄. 2020년 5월 7일 초판 1쇄. 브라이스가우에 위치한 프라이부르크 대학에 사는 하얀 쥐 12마리에게 1887년 10월 17일 월요일은 재수 없는 날이었던 것 같다. 그날 꼬리를 잘렸다. 그런 다음 암놈 7마리와 수놈 5마리가 한 케이지 안에 갇혔다. 그후 열넉 달 동안 ‘첫 번째 케이지’ 안의 암놈들이 333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그들 중 15마리는 1887년 12월 2일 최악의 날을 맞았다. ━ 마찬가지로 꼬리가 잘리고 ‘두 번째 케이지’로 옮겨져 새끼를 낳게 됐다. 다시 그 새끼들 중 14마리는 1888년 3월 1일 꼬리 없이 ‘세 번째 케이지’에서 살아야 했다. 그리고 그 새끼들의 새끼들 중 일부가 1888년 4월 4일 ‘네 번째 케이지’에서 같은 불행을 ..

아빠의 페미니즘

유진 지음. 책구경 펴냄. 2018년 3월 31일 1판 1쇄. “아버지가 아들에게 가부장적인 사고를 세뇌하고 사위에게 딸을 통제할 힘을 세습하듯, 어머니는 딸에게 수동적인 사고를 주입하고 며느리에게 아들을 떠받들며 사는 인생을 강요한다. 진아, 네가 너무 예쁘고 똑똑해서 며느리로는 싫다고 지껄이던 그 사람들이 여성이었다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마라. 그들은 너에게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지만, 동시에 너와 똑같은 폭력에 시달려 온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방관자가 세상을 방치하고, 피해자가 자신을 놓아 버린다면, 끝내 피해자는 또 다른 가해자가 되어 버린다. 이 슬픔을 절대로 잊지 마라(53쪽).” J는 돈으로 축복받고 돈으로 영면하는 인간들이 역겹다고 했다(59쪽). 슬프게도 한국어를 쓴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