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084

며느라기

수신지 지음. 귤프레스 펴냄. 2018년 1월 22일 초판 1쇄. “아니, 무슨 유부녀가 집을 일주일이나 비우니? 그거 꼭 가야 하는 거야?” “네?” “꼭 사린이 네가 가야 하는 거 아니면 못 간다고 하고 다음에 가면 안 될까? 결혼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집을 비우면 어떡해. 새신랑이 밥도 못 얻어 먹으면 어떡하니···.” “이 사람아, 남편 밥 차려 주느라 출장 못 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러다 회사 잘려(114쪽)!” 사춘기, 갱년기처럼 며느리가 되면 겪게 되는 ‘며느라기’라는 시기가 있대. 시댁 식구한테 예쁨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그런 시기. 보통 1, 2년이면 끝나는데 사람에 따라 10년 넘게 걸리기도, 안 끝나기도 한다더라고(221쪽). “아니요(463쪽).”

까마귀 ━ 이태준 단편선

이태준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06년 2월 1일 초판 1쇄. 2009년 12월 14일 초판 4쇄. 나는 그 다섯 송이의 포도를 탁자 위에 얹어놓고 오래 바라보며 아껴 먹었다. 그의 은근한 순정의 열매를 먹듯 한 알을 가지고도 오래 입 안에 굴려보며 먹었다(32쪽). 저녁마다 그는 남포에 새 석유를 붓고 등피를 닦고 그리고 까마귀 소리를 들으면서 어둠을 기다리었다. 방 구석구석에서 밤의 신비가 소곤거려 나올 때 살며시 무릎을 꿇고 귀한 손님의 의관처럼 공손히 남포갓을 들어올리고 불을 켜는 것이며 펄럭거리던 불방울이 가만히 자리 잡는 것을 보고야 아랫목으로 물러나 그제는 눕든지 앉든지 마음대로 하며 혼자 밤이 깊도록 무얼 읽고 무얼 생각하고 무얼 쓰고 하는 것이다(39쪽). 까마귀들은 이날 저녁에도 ..

노땡큐 ━ 며느라기 코멘터리

수신지 지음. 귤프레스 펴냄. 2018년 10월 19일 초판 1쇄. 2018년 11월 8일 초판 2쇄. “나도 그대 반응이 기억나. ‘시금치’가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 ‘시댁이 싫어서 시금치도 보기 싫다’는 말은 모두가 아는 관용구라고 생각했거든(77쪽).”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아진 남편이 요즘 부쩍 외로워 보인다. 이러한 주제로 함께 이야기 나눌 동성 친구를 아직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89쪽). (수신지 엄마) “나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잘 보면 그 사람들은 그냥 얘기를 받아주고 있어. 그게 좀 서운하거든. 그런데 나도 나보다 한참 연세 많으신 분이 말을 걸면 그냥 맞장구만 쳐드리게 되더라(107쪽).” (위근우) 무구영은 단순히 유약하거나 무기력하지만 착한 남자가 아..

모두의 제주

제주여행연구소 지음. 두사람 펴냄. 2019년 5월 15일 1판 1쇄. 월정리라는 마을 이름은 마을 모양이 반달을 닮고 바다가 인접해 ‘달이 뜨는 바다’라는 의미로 지어졌다(28쪽). 중문색달해변은······중략······‘진모살’이라 불리는 모래가 그 특별함의 비결이다. 흑, 백, 적, 회색을 띠는 진모살은 제주 특유의 검은 현무암과 조화를 이뤄 무척이나 아름답다.······중략······한겨울에도 해수 온도가 20도에 다다를 정도로 물이 따뜻하고, 우리나라 최우수 해수욕장으로 꼽힐 만큼 깨끗한 곳이다(40쪽). 삼양검은모래해변······중략······검은 모래는 해안 주변에 분포하는 화산암이 오랜 기간 동안 파도의 침식작용을 받아 만들어진 것과 하천을 통해 운반된 것들로 이뤄졌는데, 현무암으로부터 떨..

매드 매드 사이언스 북

레토 슈나이더 지음. 뿌리와이파리 펴냄. 2020년 5월 7일 초판 1쇄. 브라이스가우에 위치한 프라이부르크 대학에 사는 하얀 쥐 12마리에게 1887년 10월 17일 월요일은 재수 없는 날이었던 것 같다. 그날 꼬리를 잘렸다. 그런 다음 암놈 7마리와 수놈 5마리가 한 케이지 안에 갇혔다. 그후 열넉 달 동안 ‘첫 번째 케이지’ 안의 암놈들이 333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그들 중 15마리는 1887년 12월 2일 최악의 날을 맞았다. ━ 마찬가지로 꼬리가 잘리고 ‘두 번째 케이지’로 옮겨져 새끼를 낳게 됐다. 다시 그 새끼들 중 14마리는 1888년 3월 1일 꼬리 없이 ‘세 번째 케이지’에서 살아야 했다. 그리고 그 새끼들의 새끼들 중 일부가 1888년 4월 4일 ‘네 번째 케이지’에서 같은 불행을 ..

아빠의 페미니즘

유진 지음. 책구경 펴냄. 2018년 3월 31일 1판 1쇄. “아버지가 아들에게 가부장적인 사고를 세뇌하고 사위에게 딸을 통제할 힘을 세습하듯, 어머니는 딸에게 수동적인 사고를 주입하고 며느리에게 아들을 떠받들며 사는 인생을 강요한다. 진아, 네가 너무 예쁘고 똑똑해서 며느리로는 싫다고 지껄이던 그 사람들이 여성이었다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마라. 그들은 너에게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지만, 동시에 너와 똑같은 폭력에 시달려 온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방관자가 세상을 방치하고, 피해자가 자신을 놓아 버린다면, 끝내 피해자는 또 다른 가해자가 되어 버린다. 이 슬픔을 절대로 잊지 마라(53쪽).” J는 돈으로 축복받고 돈으로 영면하는 인간들이 역겹다고 했다(59쪽). 슬프게도 한국어를 쓴다고 ..

아무튼, 발레

최민영 지음. 위고 펴냄. 2018년 11월 25일 초판 1쇄.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는 새로운 경험보다는 반복되는 경험이 많아지기 때문이라는 이론이 있다(11쪽). 내려올 수 있는 힘이 없다면 올라갈 수 있는 힘도 나오지 않는다(62쪽). 서양에서 5백 년 넘는 역사를 갖고 이탈리아, 프랑스, 러시아, 영국 등에서 각각의 색깔로 체계화돼 온 고전 무용이라 역시 간단치가 않다(102쪽). 어른들은 “속 한 번 안 썩이는 착한 아이”라고 했지만 나는 사실 우울했다. 그게 우울한 것인지도 모른 채 우울했다. 우울하지 않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안 우울한 게 어떤 상태인지 몰랐다(108쪽). 나는 공회전을 멈추기로 했다. 퇴근 후나 휴일에도 눈만 뜨면 뉴스를 모니터링하는 강박적인 습관도 버렸다(..

한국단편문학선 2

김동리 황순원 오영수 손창섭 정한숙 이호철 장용학 서기원 박경리 강신재 선우휘 지음. 민음사 펴냄. 1999년 3월 1일 1판 1쇄. 2016년 11월 8일 1판 48쇄. ······아침 까치가 울면 손님이 오고, 저녁 까치가 울면 초상이 나고······ 한다는 것도, 언제부터 전해 오는 말인지 누구 하나 알 턱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침 까지가 유난히 까작거린 날엔 손님이 잦고, 저녁 까치가 꺼적거리면 초상이 잘 나는 것 같다고 그들은 은근히 믿고 있는 편이기도 했다. 그런 대로 까치는 아침저녁 울고 또 다른 때도 울었다(46쪽). -김동리, 배신자란, 남에게서 미움을 받기 때문에 못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외로워서 못 사는 거야(77쪽). -김동리, 바다를 사랑하고, 바다를 믿고, 바다에..

아무튼, 스릴러

이다혜 지음. 코난북스 펴냄. 2018년 3월 5일 초판 1쇄. 시드니 셀던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로맨스(치정) 스릴러에 능했고, 마이클 크라이튼은 새로운 과학기술을 이용한 과학 테크노 계열, 로빈 쿡은 메디컬 스릴러의 스타였다(23쪽). *1994년은 의 해이기도 했지만, 그 외에도 사건이 많은 해였다. 일단 기록적으로 무더웠던 해였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으로 여름 내내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해야 했는데, 교실에 에어컨은 당연히 없었고 선풍기가 두 대 있어, 선생님들이 더워서 수업 대신 자율학습을 하자고 한 여름이었다. 이해에는 이우혁의 이 출간됐고, 드라마 이 방영됐으며, 애니메이션 이 개봉했고, 박경리의 가 완간됐다. 엘지트윈스는 이른바 신바람 야구와 신인들(유지현, 김재현, 서용빈)의 대활약에 ..

아무튼, 기타

이기용 지음. 위고 펴냄. 2019년 10월 20일 초판 1쇄. 나중에 삼촌은 “거기서는 자존심이 있으면 안 돼. 취객들은 이유 없이 바나나 껍질을 얼굴에 던지기도 하고 욕설을 내뱉기도 해. 밤무대는 밤의 인간과 낮의 인간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는 곳이야”라고 무표정하게 얘기하곤 했다(17쪽). 우리는 무대에서 많은 뮤지션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을 지지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41쪽).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을 날카롭게 가르는 그런 기타를 치고 싶었다(58쪽). 누군가 3분을 내서 내 음악을 듣고 그걸 기억했다가 다시 한 번 더 듣는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76쪽). 바람 많기로 유명한 제주에서도 김녕은 손꼽히게 바람이 센 곳이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딸을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