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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력서

볼프 슈나이더 지음(2008년). 이정모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2013년 1월 25일 초판 1쇄. 2013년 2월 10일 초판 2쇄. 인류는 마지막으로 남은 자원과 마지막으로 남은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최후의 전투를 치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12쪽). 지구는 인류의 고향으로 조건부로 적합할 뿐, 지구는 인간을 기다리지 않았다(13쪽). 과학자들은 그들을 ‘곧추선’이란 뜻의 에렉투스로 부르지만, 호모 하빌리스도 이미 직립했다. 기원전 180만 ~ 140만 년 전 사이에 두 종이 동시에 아프리카에 살았다. 하빌리스는 에렉투스의 조상일 리 없고, 그 둘 사이에 어떤 친척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41쪽).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동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돼 ‘남방 원숭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은..

꽃 진 자리

김수열 지음. 걷는사람 펴냄. 2018년 3월 23일 1판 1쇄. 피로 얼룩진 우리들의 사월이 끝내 내릴 수 없는 깃발임을 그대는 진실로 아는가 -‘그대는 진실로 아는가’, 12쪽. 하늘이 노랗고 게거품 물면서라도 물질은 간다 -’조천 할망’, 20쪽. 사월의 바람은 4·3의 횃불과 죽창 그리고 미친 가슴을 싣고 같 바람은 어느 외진 땅 사람 없는 곳에서 회한의 얼굴들을 되씹고 있는지 낮게 어둑진 하늘 한꺼번에 닥쳐올 바람은 감히 아물지 못하는 사십 년의 상처를 어디로 싣고 갈는지 피어보지도 못하고 짓밟힌 꽃망울 어디로 싣고 가려는지 꽃 진 자리 동박새 울음도 들리지 않고 진초록 이파리 눈부실 무렵 아무런 미련 없이 툭 툭 당당하게 지는 꽃 그래도 살아 아, 선연하게 살아 퀭한 눈 부라리고 가만히 아우성..

아무튼, 예능

복길 지음. 코난북스 펴냄. 2019년 9월 2일 초판 1쇄. 2019년 9월 27일 초판 2쇄. “방송국 다니면 텔레비전 싫어져.” 그 말을 정확히 일주일 만에 체감했다. 우리 부서 사람들은 모두 텔레비전을 싫어하는 인간이었다. 드라마도 예능도 아무것도 보지 않았고 눈과 귀가 늘 지쳐 있었다(20쪽). 동생이 회사를 관두려 했다. 여자 사원들만 입는 짧은 치마 유니폼, 여자 사원들만 하는 간부들 방 청소, 쉴 새 없이 계속되는 외모 품평과 원치 않는 남자 선임들의 접근 같은, 남초 회사의 고질적인 문제들 때문이었다(41쪽). ‘대학에 가면 예뻐진다’는 마법 같은 말은 ‘대학에 가면 필사적으로 예뻐져야 한다’는 뜻이었다.······중략······학교에 입학하니 압박감은 경쟁심으로 변했다. 밖에 나갈 채비..

하이퍼튜브··· 과대 포장 안 될 말

장밋빛 전망 일색 하이퍼튜브, 상용화할지 의문 By Eun-yong Lee 탕. 총소리만 들렸다. 지름 8.75cm, 길이 15cm인 두랄루민 캡슐을 37.5m짜리 튜브 안에 쏘는 공기총 소리였다. 캡슐 시속 1000km를 넘기려고 튜브 시험 구간을 1000분의 1기압 아래로 내리느라 24분이 걸렸다. 지난 2020년 11월 12일 오후 2시 9분 경기 의왕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축소형 하이퍼튜브(hyper tube) 공력시험장치’ 안에서 발사된 차량 모델 캡슐은 시속 1039km로 달렸다. 이날 이뤄진 공력(공기힘) 시험은 34회째. 하이퍼튜브는 진공 튜브 안에서 시속 1200km짜리 자기부상열차가 달리는 체계인데 아직 실증되지 않았다. 기자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으로부터 공인 인증을 얻고자 한 34회 시..

지슬

오멸 원작. 김금숙 그림. 서해문집 펴냄. 2014년 3월 21일 초판 1쇄. “너 어떠니?” “뭐가 말입니까?” “여기 있는 거.”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너 사람 죽일 수 있어?” “사람이요?” “여기 있으면 죄 없는 사람들 다 죽여야 해(75쪽).” “옘병, 폭도는 무슨.” “근데 폭도가 있긴 진짜 있는 거냐?” “폭도가 있든 없든 우리가 지금 폭도 때문에 이러냐? 좆같은 명령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거지(126쪽).” “이젠 그만 죽이세요.” “정길아!” “안녕히 가세요, 김 상사님(239쪽).” 당시 제주 북서부 중산간에 위치한 ‘큰 넓궤’라는 동굴은 인근 마을 주민 120여 명이 토벌을 피해 50 ~ 60일 동안 숨어 지냈던 곳이다. 그러나 결국 토벌대에게 발각됐고 보초를 서던 마을 청년들..

끝나지 않은 KT CEO 리스크

국회에 불법 정치자금 후원한 혐의 여태 그대로 검찰, 조사 마쳤음에도 2년째 꿩 구워 먹은 소식 By Eun-yong Lee 지난 3월 28일 KT 새 노동조합이 ‘구현모 사장 2020년 경영평가 보고서’를 내놓았다. 구 사장 임기 첫 해인 2020년 치 매출·이익과 윤리경영·노동인권·지속가능경영 여부를 살펴 A부터 F까지 평가했는데 ‘D’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 실제로 KT 2020년 매출은 23조9167억 원으로 2019년(24조3420억 원)보다 4253억 원(1.7%↓) 줄었다. 영업이익은 1조1841억 원으로 2019년(1조1595억 원)보다 2.1% 늘었다. KT 새 노동조합의 CEO 경영평가위원회는 이런 결과가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견줘 “격차가 두드러진다”고 봤다. 이동전화 ..

순이 삼촌 ━ 현기영 중단편전집 1

현기영 지음. 창비 펴냄. 1979년 11월 15일 초판 발행. 2006년 8월 5일 개정1판 발행. 2015년 3월 25일 개정2판 1쇄 발행. 2018년 4월 2일 개정2판 9쇄 발행. 고향을 외면하여 살아오길 팔년, 그 유맹의 십년 전으로 되찾아가려면 아무래도 조심스럽게 주저주저하며 다가가야 하리라. 기차를 타도 완행을 타서 반도 끝까지 가 거기서 다시 배를 타고 밤을 지새우며 밤 항해를 해야 하는 수륙 천오백리 길. 차멀미, 뱃멀미에 시달리며 소주에 젖고 팔년 만에 찾아가는 고향 생각에 젖어서 허위허위 찾아가야 할 고향이었다(43, 44쪽). 잿빛 바다 안으로 날카롭게 먹혀들어간 시커먼 현무암의 갑(岬), 저걸 사투리로 ‘코지’라고 했지(45쪽). 그 시간이면 이집 저집에서 그 청승맞은 곡성이 터..

악어 프로젝트

토마 마티외 지음. 맹슬기 옮김. 푸른지식 펴냄. 2016년 6월 1일 초판 1쇄. 2016년 9월 1일 초판 3쇄. “무슨 얘기 했니?” “너희 둘이랑 자려면 얼마를 내야 하는지 물어보더라. 그래서 20유로면 네 거기를 만져 볼 수 있다고 했지(15쪽).” “나랑은 언제 할 거야?” “이봐, 그건 힘들 거 같아.” “이거 왜 이래. 속도를 봐서는 곧 내 차례 맞잖아? 난 대환영이라고.” “잘 모르나 본데, 나는 내 마음에 드는 남자들하고만 해(19쪽).” “여, 레즈비언들! 할 때 내 거 너희 거기에 넣어 줄까? 셋이서 하는 건 어때?” “됐어요.” “하자니까!” “됐다고 네 좆은 필요 없어(24쪽).” “이봐요, 잠깐 시간 있어요? 조금 전에 파리 3대학에 있었죠? 예술대학에서요.” “아뇨, 거기 간..

아무튼, 식물

임이랑 지음. 코난북스 펴냄. 2019년 3월 22일 초판 1쇄. 2019년 5월 2일 3쇄. ‘아무도 만나지 않을 수 있는 외부가 존재하다니! 이 집에서 살게 된다면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은 밖에 나갈 수가 있다(9쪽)!’ 휘카스 옆에는 고무나무가 서 있다. 이 친구는 간접광을 좋아하는 완벽한 실내 식물이다(10쪽). 테라스에 식물들은 내놓고 키우면서부터 나는 비를 좋아하게 됐다. 번개가 치는 날에는 비에 질소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고 한다. 질소는 비료의 훌륭한 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식물 애호가들은 비를 보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돈 주고 사서라도 식물에게 뿌려 줄 영양분이 하늘에서 내리니 비 오는 날이 반가울 수밖에(19쪽). 집 안에서 습한 상태로 오래 방치된 화분에는 뿌리파리가 쉽게 생긴다. 뿌..

‘과학기술방송통신 부처 개방직 공모’ 바뀐 것 있나

과기정통부 개방형 직위 민간 임용 비율 ‘↑’ 방통위는 여전히 철옹성, 민간 임용 ‘0’ 정부 안에서 찾는 공모직도 큰 변화 없어 By Eun-yong Lee 뉴스타파는 지난 2017년 10월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개방형 직위와 정부 안 공모에 ‘눈 가리고 아웅’ 한다고 알렸다(과학기술방송통신 부처 개방직 공모 ‘눈 가리고 아웅’ (newstapa.org)). 과기정통부가 2013년 2월부터 2017년 9월까지 4년 7개월 동안 ‘개방형 직위’를 43회 공모한 가운데 민간인 8명을 임용해 비율이 18.6%에 그쳤고, 같은 기간 ‘정부 안 공모 직위’에 임용한 다른 부처 사람도 9명으로 14.06%에 머물렀다고 보도했다. 방통위는 같은 기간 개방형과 정부 안 공모를 여섯 차례 벌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