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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삼촌 ━ 현기영 중단편전집 1

현기영 지음. 창비 펴냄. 1979년 11월 15일 초판 발행. 2006년 8월 5일 개정1판 발행. 2015년 3월 25일 개정2판 1쇄 발행. 2018년 4월 2일 개정2판 9쇄 발행. 고향을 외면하여 살아오길 팔년, 그 유맹의 십년 전으로 되찾아가려면 아무래도 조심스럽게 주저주저하며 다가가야 하리라. 기차를 타도 완행을 타서 반도 끝까지 가 거기서 다시 배를 타고 밤을 지새우며 밤 항해를 해야 하는 수륙 천오백리 길. 차멀미, 뱃멀미에 시달리며 소주에 젖고 팔년 만에 찾아가는 고향 생각에 젖어서 허위허위 찾아가야 할 고향이었다(43, 44쪽). 잿빛 바다 안으로 날카롭게 먹혀들어간 시커먼 현무암의 갑(岬), 저걸 사투리로 ‘코지’라고 했지(45쪽). 그 시간이면 이집 저집에서 그 청승맞은 곡성이 터..

악어 프로젝트

토마 마티외 지음. 맹슬기 옮김. 푸른지식 펴냄. 2016년 6월 1일 초판 1쇄. 2016년 9월 1일 초판 3쇄. “무슨 얘기 했니?” “너희 둘이랑 자려면 얼마를 내야 하는지 물어보더라. 그래서 20유로면 네 거기를 만져 볼 수 있다고 했지(15쪽).” “나랑은 언제 할 거야?” “이봐, 그건 힘들 거 같아.” “이거 왜 이래. 속도를 봐서는 곧 내 차례 맞잖아? 난 대환영이라고.” “잘 모르나 본데, 나는 내 마음에 드는 남자들하고만 해(19쪽).” “여, 레즈비언들! 할 때 내 거 너희 거기에 넣어 줄까? 셋이서 하는 건 어때?” “됐어요.” “하자니까!” “됐다고 네 좆은 필요 없어(24쪽).” “이봐요, 잠깐 시간 있어요? 조금 전에 파리 3대학에 있었죠? 예술대학에서요.” “아뇨, 거기 간..

아무튼, 식물

임이랑 지음. 코난북스 펴냄. 2019년 3월 22일 초판 1쇄. 2019년 5월 2일 3쇄. ‘아무도 만나지 않을 수 있는 외부가 존재하다니! 이 집에서 살게 된다면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은 밖에 나갈 수가 있다(9쪽)!’ 휘카스 옆에는 고무나무가 서 있다. 이 친구는 간접광을 좋아하는 완벽한 실내 식물이다(10쪽). 테라스에 식물들은 내놓고 키우면서부터 나는 비를 좋아하게 됐다. 번개가 치는 날에는 비에 질소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고 한다. 질소는 비료의 훌륭한 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식물 애호가들은 비를 보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돈 주고 사서라도 식물에게 뿌려 줄 영양분이 하늘에서 내리니 비 오는 날이 반가울 수밖에(19쪽). 집 안에서 습한 상태로 오래 방치된 화분에는 뿌리파리가 쉽게 생긴다. 뿌..

‘과학기술방송통신 부처 개방직 공모’ 바뀐 것 있나

과기정통부 개방형 직위 민간 임용 비율 ‘↑’ 방통위는 여전히 철옹성, 민간 임용 ‘0’ 정부 안에서 찾는 공모직도 큰 변화 없어 By Eun-yong Lee 뉴스타파는 지난 2017년 10월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개방형 직위와 정부 안 공모에 ‘눈 가리고 아웅’ 한다고 알렸다(과학기술방송통신 부처 개방직 공모 ‘눈 가리고 아웅’ (newstapa.org)). 과기정통부가 2013년 2월부터 2017년 9월까지 4년 7개월 동안 ‘개방형 직위’를 43회 공모한 가운데 민간인 8명을 임용해 비율이 18.6%에 그쳤고, 같은 기간 ‘정부 안 공모 직위’에 임용한 다른 부처 사람도 9명으로 14.06%에 머물렀다고 보도했다. 방통위는 같은 기간 개방형과 정부 안 공모를 여섯 차례 벌였지만..

빗창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김홍모 지음. 창비 펴냄. 2020년 4월 3일 초판 1쇄. 나다. 어렸네. 이때는 뭐든 열심이었지. 물질도, 야학 공부도, 독립을 위한 시위도(10쪽). (16쪽 두 번째 그림 뒷산은 큰노꼬메일까.) “어머니, 나 구젱기 잡안(80쪽)!” (‘구젱기’는 소라.) 미군정이 시작됐다(93쪽). “꼭 올라가사쿠가?” “······재훈이를 경 보내불고 도저히 억울행 가만이실 수가 없소.” “······내 몫까지 잘 싸워줌써(154, 155쪽).” 시민 동포들이여! 경애하는 부모 형제들이여! ‘4·3’ 오늘은 당신님의 아들 딸 동생이 무기를 들고 일어섰습니다. 매국 단선 단정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조국의 통일독립과 완전한 민족해방을 위하여! 당신들의 고난과 불행을 강요하는 미제 신인종..

아무튼, 스윙

김선영 지음. 위고 펴냄. 2020년 6월 1일 초판 1쇄. 역시 스타일은 돈이 아니라 자신감의 문제라는 걸 다시금 곱씹었다(20쪽). 사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감정과 마음들이 활자의 힘을 빌려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53쪽). 스윙을 10년 이상 떠나 있던 시간이나 다리를 다쳐 춤을 출 수 없었던 시기를 보내고 다시 춤을 추게 된 것은 모두 어떤 우연과 운명의 조화 때문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스윙에 대한 열망과 춤을 추겠다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152쪽).

아무튼, 술

김혼비 지음. 제철소 펴냄. 2019년 5월 7일 초판 1쇄. 2019년 5월 20일 초판 2쇄. 곧이어 아하하하, 웃는 편집자를 따라 웃는 내 마음속은 살짝 복잡했다. 고백하자면 ◯◯◯◯는, 언젠가 써 보고 싶다고 생각해 둔 몇 가지 글감 중에서 가장 ‘메이저’한 소재였기 때문이다(10쪽). 리베카 솔닛도 말했다. 마음을 두루 살피려면 걸어야 한다고. 걷는 것은 일하는 것과 일하지 않는 것, 존재하는 것과 뭔가를 해내는 것 사이의 미묘한 균형이라고(98쪽). 나는 아직 준비도 안 됐고, 딱히 당신과 그럴 생각이 없으며, 그럴 만한 관계도 아닌데 따옴표를 확 열고 들어오면 “제가 털어놓을 속엣말은요···, 당장 집에 가고 싶어요” 말고는 할 말이 없어진다(168, 169쪽).

조근조근 제주신화 1

여연 지음. 지노 펴냄. 2018년 10월 22일 초판 1쇄. 아기가 탄생했다. 앞이마에 해님, 뒤이마엔 달님, 양 어깨엔 샛별이 오송송 박힌 어여쁜 아기씨였다(59쪽). “시절이 좋구나. 우리 아기 이름을 ‘저 산 줄기 뻗고 이 산 줄기 뻗어 왕대월산 금하늘 노가단풍 자주명왕’이랜 허는 것이 어떻소(60쪽)?” 이렇게 자주명왕 아기씨가 땋은 머리 건지를 올린 연유로 대정에 가면 지금도 건지오름이 있는 것이다. 아기씨와 느진덕정하님이 건지오름을 지나고 대정고을에 들어서니 조심다리가 나타났다. “상전님아 상전님아, 조심 조심해영 조심다리 지나옵서.” 그때에 내온 법으로 대정고을에는 지금도 조심다리가 있게 됐다(75쪽). 다리들을 모두 건너자 비로소 ‘건지오름’이 나타났다. ‘건지’는 ‘땋은 머리’를 의미하..

쇼크 독트린

나오미 클라인 지음. 김소희 옮김. 살림비즈 펴냄. 2008년 11월 20일 초판 1쇄. 2008년 12월 19일 초판 2쇄. 프리드먼은 1970년대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장군의 자문으로 일할 때, 대규모 충격이나 위기를 이용하는 방법을 처음 알아냈다. 피노체트의 과격한 쿠데타로 칠레인들은 충격에 빠졌다. 게다가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있었다. 프리드먼은 피노체트에게 세금 감면, 자유무역, 민영화된 서비스, 사회지출 삭감, 탈규제화 등의 신속한 경제 변혁을 조언했다. 심지어 칠레의 공립학교를 바우처로 자금을 조달하는 사립학교로 대체했다. 유례가 없는 가장 극단적인 자본주의로의 개조였다.······중략······이러한 고통스런 기법을 지칭할 용어도 만들어 냈다. 바로 경제적 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