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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X, 죄수와 검사

이오하 지음. 하눈 펴냄. 2020년 11월 27일 초판 1쇄. 나는 피해 주주 모임과 주주 모임에서 선임한 이사들과 함께 옵셔널에 대한 실태 파악에 들어갔다. 감사법인을 선임해 광주에 있는 옵셔널 본사로 내려가 적발 감사를 진행했다. 적발 감사는 일반 회계감사와 달리 전 경영진의 불법 사항 전반을 파악하는 감사 방법이다(54쪽). 그곳에서 ‘필사 노트’를 얻었다. 담장 안에서는 ‘희귀템’이라 징벌방을 나와서는 여러 사람의 부러움을 샀던 그런 일기장이다(128쪽). 내가 있던 남부구치소의 독방은 5동 하층에 있었다(135쪽). 내가 어릴 적부터 자본시장에서 했던, 피해 주주 모임에서의 경험, 명동 등 기업 사채시장에서의 경험, 상장회사의 CEO나 오너로서 겪은 경험, 여러 회사의 투자 컨설팅 경험을 하면..

디지털의 배신

이광석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2020년 6월 25일 초판 1쇄. 플랫폼 알고리즘 기계는 이용자 활동을 분석해 그들을 유형화하고 그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예측해 추천하면서, 각자가 좋아하는 것의 경계 밖 이질적이고 낯설고 타자화된 문화들에 대한 관찰 자체를 각자의 시야에서 아예 처음부터 자동 배제할 공산이 커졌다. 다시 말해, 빅데이터 기술 문화는 이미 존재하는 문화적 선호와 편견을 더 단단히 만드는 반면, 새롭고 이질적인 것들에 대한 대중의 접촉면을 현저히 낮춘다는 점에서 대단히 문화 보수적이다(36쪽). 겉보기에 플랫폼은 자원의 공유와 교환의 분산성과 평등성을 띠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플랫폼 이윤의 집중과 독점화가 진행되면서 모순이 응집된다. 즉 플랫폼 중개인이 수수료 등 이..

카테고리 없음 2021.02.02

여자들은 다른 장소를 살아간다

류은숙 지음. 낮은산 펴냄. 2019년 9월 30일 처음 찍음. 기능적으로 향상된 제품은 부엌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부엌에서의 더 세련된 노동을 기대한다. 더 나은 ‘질’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11쪽). 부엌일은 이토록 필수적이고 귀중한데, 왜 사회적 기술이 아닌 것일까(21쪽)? 시위를 하다 잡혀가면 경찰이 연행된 사람들 수를 셀 때, 여성들을 ‘꽃잎 몇 개’라 했다.······중략······광장에서 자주 부르는 노래 중에는 ‘딸들아 일어나라, 깨어라’, ‘두부처럼 잘리어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이라는 가사가 있었는데, 나 자신을 대상화하는 그런 노래를 주구장창 불렀다. 야만의 세월이라 지칭되던 시절, 공권력도 대항 권력도 광장에서 여성을 그렇게 대상화했다(63쪽). 뉴스에 실릴 정도의 일은 아니지만 ..

침묵주의보

정진영 지음. 문학수첩 펴냄. 2018년 3월 19일 초판 1쇄. 인턴들은 이미 사건팀에서 기본적인 기사 작성 교육을 받은 터라 내가 교육할 부분은 많지 않았다. 특히 수연은 인턴답지 않게 처음부터 능숙하게 온라인으로 내보낼 만한 우라까이 기사를 작성해 선배 기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32쪽). “막연한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글로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존재가 되고 싶었어요. 글을 쓰는 일도 좋아하기도 하고요. 선배는 왜 기자가 되기로 결심하셨나요(37쪽)?” “후배가 시간을 끌면 게으른 것이지만 선배가 시간을 끌면 치밀한 것이고, 후배가 아프면 꾀병이지만 선배가 아프면 전날 회사를 위해 과로한 것이 되는 게 이 바닥 인심이 아니더냐(49쪽).” “기사를 잘 쓰는 기자는 있어도, 좋은 삶을 사는 기..

백남룡 지음. 아시아 펴냄. 2018년 4월 25일 초판 1쇄. “순희 동무, 그럼 진정하고 돌아가서 기다리오. 그동안이라도 남편과 아들을 잘 돌보오. 리혼할 때는 리혼해도 도덕은 도덕이니까(19쪽).” 정진우는 리혼 판결을 내렸다. 가슴이 아팠다. 사회라는 유기체의 한 세포가 파괴된 데서 오는 무거운 자책감과 함께 자녀들에 대한 걱정은 더욱 떨어버릴 수 없는 것이다(25쪽). “그렇지만··· 내겐 음악에 못지않은 생활이 있지···” 석춘은 스스로 확신한 듯 머리를 쳐들고 말을 이었다. “선반공 생활··· 여기에 나의 보람이 있고 저 물소리처럼 변하지 않는 선률이 있소. 동무도··· 그걸 믿어 주지?” “믿어요···” “순희··· 동문 나와 같이 그런 생활의 길을 가겠소?” “녜··· 가겠어요···(54..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편성준 지음.몽스북 펴냄. 2020년 10월 30일 초판 1쇄. 그날부터 우리는 사귀기 시작했다. 고노와다와 소주가 맺어 준 인연이었다. 아니, 노는 방법이 비슷한 사람끼리 우연히 서로를 발견하고 끌어당겼다고나 할까(44쪽). 레이철과 함께 (하와이) 테디 베어 박물관에 가서 각종 곰 인형들을 물릴 때까지 구경했다(59쪽). 적어도 집에서는 의자보다 바닥에 앉거나 누워서 마음껏 뒹굴거나 TV를 보면서 놀고 싶었다. 처음부터 우리에게 어울리는 곳은 의자가 아니라 바닥이었다(116쪽). 아내는 가끔 얼토당토않은 말을 나에게 할 때도 있다. 내가 “여보, 그런 엉터리 같은 소리가 어디 있어”라고 물으면 “아니, 그럼 내가 당신한테나 이런 소리를 하지, 어디 가서 이런 바보 같은 얘기를 해 보겠어”라고 반문한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문학동네 펴냄. 2015년 10월 8일 1판 1쇄. 2015년 10월 22일 1판 4쇄. 나는 전쟁이 아니라 전쟁터의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전쟁의 역사가 아니라 감정의 역사를 쓴다. 나는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역사가다(25쪽). 여자들은 남자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자들의 전쟁에는 냄새와 색깔과 소소한 일상이 함께한다(28쪽). “우리는 계속 진격해 들어갔고······중략······독일 여자들을 붙잡아 왔소······ 그리고 한 여자를 열 명이 차례로 덮쳤소······ 여자가 부족하니, 결국 병사들이 소비에트 군대를 몰래 빠져나가 어린아이들을 붙잡아 오는 일까지 생겼소. 여자아이들을······ 열두 살에서 열세 살 정도 되는 여자애..

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

김명희 지음. 낮은산 펴냄. 2019년 9월 30일 처음 찍음. 가톨릭에서 미사 중에 여성들이 사용하는 베일은 성경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성경은 “모든 남자의 머리는 그리스도이시고 아내의 머리는 남편이며 그리스도의 머리는 하느님이시라는 사실을 여러분이 알기를 바랍니다(1고린 11,3)”라면서, “어떠한 여자든지 머리를 가리지 않고 기도하거나 예언하면 자기의 머리를 부끄럽게 하는 것(1고린 11,5)”이라고 이야기한다. 가톨릭에서는 이것이 남녀 차별보다는 하느님께 대한 경의와 존경을 표시하라는 의미라고 해석한다. 남자의 머리는 그리스도이니까 성당 안에 들어서면 모자를 벗어 이를 드러내야 하고, 여성의 머리는 남편을 의미하니까 신 앞에 정숙함과 겸손함을 나타내기 위해 화려하게 치장된 머리를 가려야 한다는 것..

검사님의 속사정

이순혁 지음. 씨네21북스 펴냄. 2011년 12월 12일 초판 1쇄. 2017년 9월 4일 초판 6쇄. 최환 서울지검 공안부장은 사건 초기 주검을 화장하려던 청와대와 경찰의 압력에 형사법적 원칙을 내세워 부검을 주장했고, 정구영 서울지검장도 뜻을 같이했다.······중략······당시 서울지검을 출입했던 신경민 MBC 기자는 광주고검장으로 좌천된 정 지검장과 출입 기자들의 마지막 인사자리를 두고 “대부분 기자들은 이 자리와 그의 모습을 지금도 기억한다. 기자도, 검사도 모두 그 자리에서 울컥했다. 아무도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해 긴 침묵이 넓은 지검장실을 감싸고 휘돌았다”고 회상하기도 했다(5쪽). “여하튼 이런 ‘도서관 투쟁’을 (서울대) 법대 81학번들이 주도했는데, 언더(지하)에서 이들을 지도하고 ..

만인보 4 / 5 / 6

고은 지음. 창비 펴냄. 1988년 11월 10일 초판 1쇄. 2010년 4월 15일 개정판 1쇄. 2017년 5월 31일 개정판 5월 31일. 쳇 엿 먹어 진작 뼈가 되고 살이 되었는데 이제 와서 무슨 궂은비에 대고 헛소리여 (47쪽. ‘아래뜸 김상선’) 봐라 마당 잘 쓸어놓으면 마당이 웃는다 마당이 웃으면 울타리도 웃는다 울타리 나팔꽃도 웃는다 (77쪽. ‘외할아버지’) 여자 빨치산 이공주 그녀는 배 안의 아기 때문에 총을 쏘지 않고 생포되었다 (198쪽. ‘백운산 고아’) 그냥 항복해버린 금관가야계의 김서현과 신라 왕족 만명부인의 내연으로 태어난 김유신 소시부터 무술에 뛰어나 그 용맹 떨쳤다 그 유신이 늙마에 김춘추의 소실 소생의 딸 지소와 혼인한다 이미 춘추와 유신은 얽히고설킨다 옹서간 이전에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