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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걸 굿 걸

수전 J 더글러스 지음. 이은경 옮김. 글항아리 펴냄. 2016년 5월 2일 초판 인쇄. 깊이 뿌리내린 기존의 페미니즘과 진화된 성차별 간의 전쟁은 한 손으로는 하나를 주면서 또 한 손으로는 그것을 앗아간다. 이 전쟁은 숨을 조이는 강력한 속박으로, 여성들이 대담하게 모험과 도전을 하도록 하고 우리에게 힘, 주도권, 사랑에 대한 환상을 선사한 뒤, 다시금 우리를 끌어당겨 속박한다. 오늘날 여성이 이 모두를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슈퍼우먼이 되는 것뿐이다. 커튼을 걷어 내고, 이 환상들로 인해 우리가 현 상태, 즉 모든 것을 가졌다는 환상에 싸여 사회적 약자임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34, 35쪽). 몇몇 여전사는 의지와는 무관하게 영웅이 되어야 했다. 특히 ..

붉은 선

홍승희 지음. 글항아리 펴냄. 2017년 9월 22일 1판 1쇄. 2018년 12월 10일 1판 2쇄.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아니 잠든 후에도 아빠의 욕설과 발소리, 문을 쾅쾅 닫는 소리가 지배하던 집은 내게 또 하나의 감옥이었다(19쪽). 초등학교 졸업반, 인생을 별 낙 없이 살아가는 하루하루였다. 밤이면 아빠가 내뿜는 담배 연기를 피하고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야 했다(33쪽). 손가락을 깨끗하게 씻지 않고 자위를 한 다음 날은 오줌이 자주 마렵고 아랫배가 아팠다. 성인이 되어서야 이런 증상이 방광염이라는 걸 알게 됐고, 이후로는 손가락을 깨끗이 씻고 자위를 했다(37쪽). 나는 놀랍고도 무서운 사실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친구가 자위를 해 본 적이 없고, 남자와 섹스할 때 오르가슴을 느끼기는커녕 오..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수전 브라운밀러 (1975년) 지음. 박소영 옮김. 오월의봄 펴냄. 2018년 2월 27일 초판 1쇄. 강간은 권력과 지배를 확인하려는 고의적인 행위이자, 도덕 기준 없는 남성들이 저지르는 모욕 행위이며, 대부분의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살해당할까봐 두려워한다는 사실이었다(13, 14쪽). (난징) 여성들이 휴식 중인 (일본) 병사들 앞에서 섹스 쇼를 하도록 강요당했다. 총부리로 위협하며 아버지가 딸을 강제로 강간하도록 한 사건들도 있었다. 이런 이야기 다수가 비슷한 결말로 끝난다. 군인 무리는 여자를 붙잡아 일을 끝내고 난 후 질에 막대기를 쑤셔 넣거나 목을 벴다(93쪽). 히브리 사회질서 아래에서도 처녀들은 결혼을 통해 은 50조각에 매매됐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가부장이 예비 신랑 내지 신랑 가..

인생극장

노명우 지음. 사계절 펴냄. 2018년 1월 26일 1판 1쇄. 2018년 2월 5일 1판 2쇄. 보통학교를 겨우 졸업한 아버지가 2008년 일본으로 가족 여행을 갔을 때 여전히 일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67쪽). “천하 없어도 성공”하고 말겠다는 박정희는 1937년에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했다. 군사 조직을 모범으로 삼아 학교를 구조화하던 제2차 조선교육령 시기에 예비교사 교육을 받은 셈이다. 개인의 발전 따위는 교육의 목표가 아니었다. 교육의 제일 목표는 집단에 복종하는 개인, 체제의 원리에 조금도 어긋남 없이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었다. 학교는 조회와 주회, 집단 체조 같은 행사를 통해 집단 규율을 내재화하는 공간이었다. 사실상 예비 군사 조직..

괜찮지 않습니다

최지은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2017년 9월 22일 1판 1쇄. 2017년 10월 18일 1판 2쇄. 뉴욕의 폐경 전문의 메리 젠킨스는······중략······폐경을 맞아 힘들어 하는 여성의 배우자들에게 “아이가 신생아 때 밤잠을 설쳤던 날들과 똑같은 인내심을 발휘하도록 노력하고, 격려해 줄 수 있도록 많이 공부하라”고 조언한다(54쪽). 육아는 중노동이다. 셀 수 없이 다양한 업무가 포함돼 있고 끝도 보이지 않는(57쪽). 육아를 ‘선택적’으로 할 수 있는 아빠들과 달리 육아를 도맡다시피 하는 많은 여성은 다른 여성들에게 출산을 쉽게 권장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있다는 걸 미처 몰랐다”며 후회하기도 한다(63쪽). 지금 필요한 건 ‘엄마는 위대하다’는 무용한 찬사가 아니라 엄..

완벽한 아내 만들기

웬디 무어 지음. 이진옥 옮김. 글항아리 펴냄. 2018년 1월 19일 1판 1쇄. 2018년 7월 20일 1판 3쇄. 법적인 측면에서 18세기 영국의 여성에게는 독립적인 권리가 거의 없었다. 필연적으로 그들은 완벽하게 아버지의 통제 아래, 결혼하고 나서는 남편의 통제 아래 놓여 있었다. 결혼식에서 신부가 아버지의 손에서 남편의 손으로 옮겨지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글자 그대로의 의미를 지녔다. 결혼을 하면 여성은 모든 소유권과 돈을 남편의 손에 넘겨야 했는데 법이 아내의 존재 자체가 남편에게 속한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45쪽). (버나드) 쇼는 싫어했지만 그의 희곡은 1938년에 영화 으로 제작됐고, 감독은 낭만적인 결론을 만들어야 한다며 엘리자를 히긴스에게 보내자고 제안했다. 쇼가 죽은 뒤 ..

일하는 여자들

4인용 테이블 지음. 북바이퍼블리 펴냄. 2017년 12월 26일 초판 1쇄. 윤가은 지구 멸망 이후의 폐허에서 한 소녀가 살아남아 영웅이 되는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구상한다. 생각해 보면 악조건이 다 들어 있다. 아이에 여성에 재난 영화니까 사실 말도 안 되는데, 늘 상상해 본다. 진짜 멋있을 것 같지 않나(56쪽)? 양자주 내 그림을 마음껏 그리고 싶었다.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고, 밥 먹고.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86쪽). 예술계에서 여성임을 자각하는 순간도 있나? 작가가 생각보다 그렇게 자유롭지 않다. 그 위에 갤러리 대표라든가 컬렉터들이 있어서 굉장히 눈치를 많이 본다.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더라. 예술계 내 성폭력에 관한 문제 제기가 계속 터져나오는 때도 있었는데, 예술계 내에서는 ..

남자다움이 만드는 이상한 거리감

벨 훅스 지음. 이순영 옮김. 책담 펴냄. 2017년 10월 10일 초판 1쇄. 언제든 한 사람의 남성이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가부장적 경계를 용감하게 넘을 때 여성과 남성, 그리고 아이들의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근본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나는 살면서 알게 됐다(39쪽). 교회에서 부모님은 신은 남자가 이 세상과 거기에 있는 모든 것을 지배하도록 창조했으며, 남자가 그 임무를 수행하도록 돕고 남자에게 복종하고 강한 남자에게 언제나 종속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여자의 의무라고 배웠다. 두 분은 신이 남자라고 배웠다. 이 가르침은 두 분이 경험하는 모든 단체 ━ 교회, 학교, 법원, 클럽, 운동 경기장 ━ 에서 더 분명히 확인됐다(53쪽). 존 브래드쇼 “가부장제는 남성중심주의와 힘을 그 특징으로 한다(60..

페미니스트입니다만, 아직 한드를 봅니다

권순택·김세옥 지음. 탐탐 펴냄. 2020년 10월 27일 초판 1쇄. 여성들은 ‘기록’에서 삭제돼 왔다. 분명 같은 시간을 살아 냈지만, 삶의 가치는 다르게 매겨졌다(13쪽). 다수의 ‘일반적인’ 사람인 동료들은 많은 경우 침묵으로 일관한다(43쪽). 한쪽이 참아야 유지되는 관계는 건강하지 않다는 걸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안다. 말이 좋아서 ‘노오력’이지 사실은 ‘희생’이다. 그리고 그것은 궁극적으로는 폭력이다(48쪽). 한국 기업들은 구성원들과 하청업체들에 필요한 때만 ‘유사 가족주의’를 강조한다.······중략······불합리한 업무지시나 회식 강요는 ‘가족 같은 공동체’를 위한 거라 우기고 개인의 삶은 가부장인 회사와 상사를 위해 당연히 희생해야 한다. 하청업체도 원청을 부모터럼 섬길 것을 요구한다..

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매기 앤드루스·재니스 로마스 지음. 홍승원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2020년 3월 2일 초판 1쇄. 1867년에는 최초로 공장에서 만들어진 분유가 등장해 유럽과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다(29쪽). 모유 수유는 종교적인 의무이다시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세기와 19세기 미국의 노예제 사회에서는 흑인 여성 노예를 유모로 쓰는 관습이 보편화됐다. 유모의 역할을 맡는 여성은 대체로 자기 아이를 잃거나, 방치하거나, 심지어는 유기할 수밖에 없었다(30쪽). 팝 듀오 유리스믹스가 1985년에 발표한 페미니스트 찬가의 후렴구는 다음과 같다. “Sisters are doing it for themselves, Standing on their own two feet, And ringing on their 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