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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헌법이 있다

이효원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2020년 5월 18일 1판 1쇄. 건국헌법은 제6장에서 경제질서를 독립적으로 규정했다. 제84조에서는 사회정의와 균형 있는 국민경제발전을 경제질서의 기본으로 하고, 개인의 경제상의 자유는 그 한계 내에서만 보장했다(55쪽). 고대 중국에서 선양(禪讓)을 통해 왕을 정한 것이나 로마에서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을 채택한 것, 그리고 로마제국에서 황제가 양자(養子)를 통해 왕위를 계승하도록 한 것은 모두 세습을 통한 왕정이 위험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국가를 보다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대안이었다. 개인의 삶이 왕에 의해 좌우되는 인치는 백성을 불안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개인은 폭력적 지배에 시달리거나 언제든지 폭력적으로 지배될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95쪽)..

남성성/들

R. W. 코넬 지음. 안상욱·현민 옮김. 이매진 펴냄. 2013년 7월 19일 1쇄. 모든 계급의 이성애 남성은 구매, 관습, 힘 또는 압력을 통해 여성에게 성적 서비스를 명령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남자들은 사실상 무기를 독점하고 있고 중장비 기계와 신기술을 대부분 통제한다. 자원의 심각한 불평등과 실천의 비대칭이 명백히 지속되고 있다(329쪽). 차이/지배는 논리상의 구별이 아니라 내밀한 우위를 의미한다.······중략······우리는 차이/지배의 문제를 남녀가 상호 작용하는 사회적 배경 전역에서 거의 끊임없이 찾아낼 수 있다. 남자아이와 남자들의 공간 점유, 걸을 때 여자들만 위협을 느끼는 많은 거리, 운동장에서 여자아이들이 게임을 할 때 남자아이들이 침입하는 것, 이야기할 때 여자들의 말을 끊..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

에멀린 팽크허스트 지음. 김진아·권승혁 옮김. 현실문화 펴냄. 2016년 3월 8일 1판 1쇄. 2018년 3월 1일 1판 3쇄. (옮긴이 주) 1860년대부터 조직적으로 등장한 영국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은 서프러지스트(suffragist)라고 불렸으며, 평화로운 집회나 서명, 청원서 등을 통한 온건한 활동을 했다. 이들의 방식이 여성 참정권을 획득하는 데 실패를 거듭하자, 에멀린 팽크허스트가 설립한 여성사회정치연합 회원들은 유리창 깨기, 방화, 투옥, 단식 투쟁을 불사하며 ‘전투파’ 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언론은 이들을 온건한 참정권 주의자와 구별해 ‘작은 것’을 뜻하는 어미 -ette를 붙여 서프러제트(suffragette)라고 명명했다(25쪽). 여성들이 마침내 깨어난 것이다. 그들은 여성들이 한 ..

김지은입니다

김지은 지음. 봄알람 펴냄. 2020년 3월 5일 1판 1쇄. 2020년 7월 26일 1판 6쇄. 죽게 되더라도 다시 그 소굴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첫 번째 성폭행 이후 안희정의 사과를 들었을 때 그 한 번으로 끝나리라 믿었던 피해는 반복됐다. 2018년 2월에 또다시 범죄를 겪고 나서야 여기서 영원히 도망칠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반복되는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신에게 제물로 바쳐지듯 성폭력을 당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주변 사람들은 리더의 폭력을 묵인하는 그런 조직 안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23쪽). 제일 처음 인계받은 내용은 지사가 구두를 편히 신을 수 있도록 어떤 위치에 어느 정도의 각도로 놓아야 하는지였다(88쪽). 정치인 안희정의 대외적 이미지와 내가 업무를 통해 겪는 ..

사랑한다면 왜

김은덕 백종민 지음. 어떤책 펴냄. 2018년 1월 30일 1판 1쇄. (종민.) 장보기는 물론 마늘 다지기나 대파 썰기와 같은 밑 준비부터 기름에 볶거나 뜨거운 물에 데친 뒤 양념을 입히는 일까지, 얼마나 수고스럽고 지난한 과정인지 요리를 하면 할수록 깨닫는다. 벗겨 놓은 양파 껍질과 잘린 생선 머리가 뒹구는 개수대는 떠올리기도 싫다. 수챗구멍에 낀 밥알을 빼는 일과 그것들을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담는 일까지 생각하면 속이 울렁거린다. 삽겹살이라도 구운 날에는 사방에 튄 기름때를 제거해야 하고 접시와 프라이팬은 세제를 몇 차례 눌러 짜도 여전히 미끄덩거린다(45쪽). (은덕.) 집안일에 조금 더 생색내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를 바란다. ‘맞살림’이라는 말이 ‘맞벌이’처럼 더 많이 쓰이기를 바라며, “내..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마리아 미즈 지음. 최재인 옮김. 갈무리 펴냄. 2014년 1월 22일 초판 1쇄. 이데올로기적·정치적 측면의 구분에 대해, 새로운 페미니스트 운동에서는 다양한 경향으로 구분하고 이름을 붙이는 시도가 계속되어 왔다. 그래서 어떤 경향은 ‘급진적 페미니즘’으로, 또 어떤 이들은 ‘사회주의 페미니즘’ 혹은 ‘맑스주의자 페미니즘’, 또 어떤 이들은 ‘자유주의 페미니즘’으로 불렸다. 대변자의 정치적 지향에 따라서는 ‘부르주아 페미니즘’으로 불리기도 했다. 내가 볼 때 이렇게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페미니즘이 정말 무엇이고, 누구를 대변하며, 그 기본 원칙, 사회에 대한 분석과 전략 등이 무엇인지를 좀 더 잘 이해하는 데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게다가 이런 꼬리표에 관심을 두는 이들은 이 운동을 주로 밖..

엄마의 탄생

김보성·김향수·안미선 지음. 오월의봄 펴냄. 2014년 11월 28일 초판 1쇄. 2015년 3월 25일 초판 2쇄. 검찰청에서 발표한 영아 살해 범죄 발생 건수는 2000년에서 2009년까지 10년 동안 131건이다. 한 해 평균 열 건 정도이며, 빈곤 등 사회경제적 이유 등을 감안할 때 산후우울증으로 인해 발생했을 영아 살해 사건 수는 많지 않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에 비춰 우려해야 할 정도보다 더 많은 공포를 매스컴이 강조한다면 그것은 그 공포가 수행하는 이데올로기의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산후우울증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강조되는 방식에서 ‘영아 살해’라는 극단적인 우려는 육아의 담당자로 자리매김되는 전통적 여성상을 강화한다. 또한 여성이 실제로 겪는 우울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차단하고 불필요한 ..

남편은 내가 집에서 논다고 말했다

최윤아 지음. 마음의숲 펴냄. 2018년 3월 7일 1판 1쇄. 패배자로 남기 싫었다. 인생은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라지만, 각자의 방향과 속도가 있을 뿐이라지만, 퇴사가 패배자처럼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자진해서 멈췄지만, 어쨌든 다 같이 달리다 혼자만 멈춘 건 사실이니까. 그런 나를 혹여나 동정할까 봐 행복과 여유를 과장했다(43쪽). 완벽한 살림을 담은 SNS 사진, 잡지, TV프로그램을 미국에서는 ‘도메스틱 포르노(Domestic Pornography)’라고 한다는 사실(45쪽). 회사를 그만둘 땐 플랜B가 있다는 게 다행처럼 느껴졌다. 일 외엔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겉으론 양성평등을 그렇게 외쳐 놓곤, 속으론 ‘여자라서, 결혼해서 다행’이라고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