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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푸른숲 펴냄. 2007년 11월 20일 첫판 1쇄. 발자크도 도스토예프스키도 빚 때문에 열심히 소설을 썼다고 하잖아(13쪽). “엄마는 연애도 하기 싫어. 내 여자라고 생각하면 또 간섭할 거 아니야. 더 이상 너는 이렇게 나쁘고, 너는 이렇게 모자란다, 라는 말을 그게 맞을까 아닐까 생각하면서 나 자신을 괴롭히고 싶지 않아(59쪽).” “우리가 우리 집에서 코끼리 하마 거북이랑 사는 게 아니잖아. 그러면 함께 살아야 하는 다른 종류의 인간들을 존중하지 않으면 어쩌겠다는 건지······(109쪽).” 낮에는 농사짓고 저녁이면 들어와 밥하고 빨래하고 밤이면 남편에게 맞고······. 어휴, 말도 안 돼(123쪽)! ‘돈 벌 자신 없어. 가난하게 살기 싫어. 이십 년을 돈 한 푼 벌지 못 하고 ..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

정아은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2020년 5월 18일 초판 1쇄. ‘사회 지도층’이라 불리는 소수의 자본가는 열심히 일하기는커녕 다른 이들이 노력해 쌓아 올린 결과물을 약탈해 수중에 넣고 그것을 과시하기에 바빴다. 베블런은 이런 상류층의 행태를 ‘약탈 문화’가 시작되던 원시시대부터 내려온 특권층의 관심이라고 지적하며 이들의 주된 일이 ‘노동하지 않아도 되는 자신의 특권을 드러내 세련된 형태로 보여 주는 일’이라고 못 박는다(34쪽). 사회는 갓난쟁이를 둔 여성에게 집으로 돌아가라는 사이렌을 열성적으로 울려대지만, 엄마로만 사는 10여 넌이 흐르고 여성이 엄마가 아닌 다른 정체성을 요하기 시작하면 차갑게 외면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것까지는 좋았어. 하지만 그다음부터는 내 알 바 아니거든’이라고 말하는 ..

섹스와 거짓말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이현희 옮김. 아르떼 펴냄. 2019년 4월 1일 1판 1쇄. 북아프리카인들이야말로 성 문제가 주는 고통이나 절망감, 또는 반감과 관련된 주제에 접근하기에 가장 적절한 사람들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성적 자유가 없는 사회에서 나고 자랐다는 사실로 인해 섹스는 그들에게 영원히 마르지 않는 강박의 대상이 된다(9, 10쪽). 각주 4) 18세기 이슬람 복고주의 운동의 주창자인 압둘 와하브의 이름을 딴 와하비즘은 코란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고 음주, 도박, 춤, 흡연이나 화려한 치장 등을 철저히 금할 것을 주장하며 특히 여성이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려고 치장하는 것을 금기시한다. 전문가들은 이슬람 국가들의 여성 차별이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57쪽). 이 세상 모든 해방과 마찬가지로..

기획된 가족

조주은 지음. 서해문집 펴냄. 2012년 12월 30일 초판 1쇄. 참여자 대부분은 저녁 시간에 자녀의 과제를 도와주는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고, 아동문학이 탄생한 빅토리아 시대의 발명품인 ‘어린이’를 동화로 감싸는 행위는 아이들이 저녁 시간을 가장 유익하게 보내는 방법이라 믿고 있다(66쪽).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시댁 분위기가 워낙 전혀 그런 것을 시키지 않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고루한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닌 거 같은데 오랫동안 젖은 습관은 잘 안 바뀌더라고요. 기본적으로 남녀가 분담을 해야 되고 맞벌이를 하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되고 그런 정도의 생각을 갖질 못하더라고요. 이석은(94쪽). (이석은. 41세. 대졸. 중등 교사 15년. 남편 대학원 박사 졸. 대학 교수. 혼인 기간 15년. ..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권김현영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2019년 10월 28일 1판 1쇄. 미국의 흑인 여성운동가 프랜시스 빌은 흑인 남성이 원한 해방은 백인 남성만 누린 남성적 특권이었는데, 그 특권은 바로 흑인 여성의 몸에 대한 ‘프리패스권’이었다고 통렬하게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흑인 여성으로서의 해방은 이중의 모순 속에서 반드시 내전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21쪽). 이른바 ‘진보진영’에서 집중적으로 미투가 나왔던 이유는 진보진영 남성들이 남성 권력에 대항하지 않고 그것을 욕망했기 때문이다. 미투운동으로 인해 진보진영의 리더십에 큰 상처가 났다는 식의 비판을 하는 것은 본인들의 자유이나, 일단은 반성이 먼저다(22쪽). 페미니즘보다 휴머니즘을 지향한다거나, 여성 인권이 아니라 보다 전체적인 인권에 대해 말하고 싶다는..

내 안의 가부장

시드라 레비 스톤 지음. 백윤영미·이정규 옮김. 사우 펴냄. 2019년 2월 27일 초판 1쇄. 내면 가부장은 우리가 숨 쉬고 있는 공기와도 같아서 그 존재를 알아차리기 어렵다(134쪽).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새로운 존재 방식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으로서 여성의 잠재력을 온전히 존중하며, 남성과 여성이 평등과 존엄을 기반으로 하는 파트너 관계를 이루는 존재 방식을 말이다(164쪽).

우리에게는 헌법이 있다

이효원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2020년 5월 18일 1판 1쇄. 건국헌법은 제6장에서 경제질서를 독립적으로 규정했다. 제84조에서는 사회정의와 균형 있는 국민경제발전을 경제질서의 기본으로 하고, 개인의 경제상의 자유는 그 한계 내에서만 보장했다(55쪽). 고대 중국에서 선양(禪讓)을 통해 왕을 정한 것이나 로마에서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을 채택한 것, 그리고 로마제국에서 황제가 양자(養子)를 통해 왕위를 계승하도록 한 것은 모두 세습을 통한 왕정이 위험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국가를 보다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대안이었다. 개인의 삶이 왕에 의해 좌우되는 인치는 백성을 불안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개인은 폭력적 지배에 시달리거나 언제든지 폭력적으로 지배될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95쪽)..

남성성/들

R. W. 코넬 지음. 안상욱·현민 옮김. 이매진 펴냄. 2013년 7월 19일 1쇄. 모든 계급의 이성애 남성은 구매, 관습, 힘 또는 압력을 통해 여성에게 성적 서비스를 명령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남자들은 사실상 무기를 독점하고 있고 중장비 기계와 신기술을 대부분 통제한다. 자원의 심각한 불평등과 실천의 비대칭이 명백히 지속되고 있다(329쪽). 차이/지배는 논리상의 구별이 아니라 내밀한 우위를 의미한다.······중략······우리는 차이/지배의 문제를 남녀가 상호 작용하는 사회적 배경 전역에서 거의 끊임없이 찾아낼 수 있다. 남자아이와 남자들의 공간 점유, 걸을 때 여자들만 위협을 느끼는 많은 거리, 운동장에서 여자아이들이 게임을 할 때 남자아이들이 침입하는 것, 이야기할 때 여자들의 말을 끊..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

에멀린 팽크허스트 지음. 김진아·권승혁 옮김. 현실문화 펴냄. 2016년 3월 8일 1판 1쇄. 2018년 3월 1일 1판 3쇄. (옮긴이 주) 1860년대부터 조직적으로 등장한 영국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은 서프러지스트(suffragist)라고 불렸으며, 평화로운 집회나 서명, 청원서 등을 통한 온건한 활동을 했다. 이들의 방식이 여성 참정권을 획득하는 데 실패를 거듭하자, 에멀린 팽크허스트가 설립한 여성사회정치연합 회원들은 유리창 깨기, 방화, 투옥, 단식 투쟁을 불사하며 ‘전투파’ 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언론은 이들을 온건한 참정권 주의자와 구별해 ‘작은 것’을 뜻하는 어미 -ette를 붙여 서프러제트(suffragette)라고 명명했다(25쪽). 여성들이 마침내 깨어난 것이다. 그들은 여성들이 한 ..

김지은입니다

김지은 지음. 봄알람 펴냄. 2020년 3월 5일 1판 1쇄. 2020년 7월 26일 1판 6쇄. 죽게 되더라도 다시 그 소굴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첫 번째 성폭행 이후 안희정의 사과를 들었을 때 그 한 번으로 끝나리라 믿었던 피해는 반복됐다. 2018년 2월에 또다시 범죄를 겪고 나서야 여기서 영원히 도망칠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반복되는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신에게 제물로 바쳐지듯 성폭력을 당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주변 사람들은 리더의 폭력을 묵인하는 그런 조직 안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23쪽). 제일 처음 인계받은 내용은 지사가 구두를 편히 신을 수 있도록 어떤 위치에 어느 정도의 각도로 놓아야 하는지였다(88쪽). 정치인 안희정의 대외적 이미지와 내가 업무를 통해 겪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