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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왜

김은덕 백종민 지음. 어떤책 펴냄. 2018년 1월 30일 1판 1쇄. (종민.) 장보기는 물론 마늘 다지기나 대파 썰기와 같은 밑 준비부터 기름에 볶거나 뜨거운 물에 데친 뒤 양념을 입히는 일까지, 얼마나 수고스럽고 지난한 과정인지 요리를 하면 할수록 깨닫는다. 벗겨 놓은 양파 껍질과 잘린 생선 머리가 뒹구는 개수대는 떠올리기도 싫다. 수챗구멍에 낀 밥알을 빼는 일과 그것들을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담는 일까지 생각하면 속이 울렁거린다. 삽겹살이라도 구운 날에는 사방에 튄 기름때를 제거해야 하고 접시와 프라이팬은 세제를 몇 차례 눌러 짜도 여전히 미끄덩거린다(45쪽). (은덕.) 집안일에 조금 더 생색내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를 바란다. ‘맞살림’이라는 말이 ‘맞벌이’처럼 더 많이 쓰이기를 바라며, “내..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마리아 미즈 지음. 최재인 옮김. 갈무리 펴냄. 2014년 1월 22일 초판 1쇄. 이데올로기적·정치적 측면의 구분에 대해, 새로운 페미니스트 운동에서는 다양한 경향으로 구분하고 이름을 붙이는 시도가 계속되어 왔다. 그래서 어떤 경향은 ‘급진적 페미니즘’으로, 또 어떤 이들은 ‘사회주의 페미니즘’ 혹은 ‘맑스주의자 페미니즘’, 또 어떤 이들은 ‘자유주의 페미니즘’으로 불렸다. 대변자의 정치적 지향에 따라서는 ‘부르주아 페미니즘’으로 불리기도 했다. 내가 볼 때 이렇게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페미니즘이 정말 무엇이고, 누구를 대변하며, 그 기본 원칙, 사회에 대한 분석과 전략 등이 무엇인지를 좀 더 잘 이해하는 데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게다가 이런 꼬리표에 관심을 두는 이들은 이 운동을 주로 밖..

엄마의 탄생

김보성·김향수·안미선 지음. 오월의봄 펴냄. 2014년 11월 28일 초판 1쇄. 2015년 3월 25일 초판 2쇄. 검찰청에서 발표한 영아 살해 범죄 발생 건수는 2000년에서 2009년까지 10년 동안 131건이다. 한 해 평균 열 건 정도이며, 빈곤 등 사회경제적 이유 등을 감안할 때 산후우울증으로 인해 발생했을 영아 살해 사건 수는 많지 않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에 비춰 우려해야 할 정도보다 더 많은 공포를 매스컴이 강조한다면 그것은 그 공포가 수행하는 이데올로기의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산후우울증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강조되는 방식에서 ‘영아 살해’라는 극단적인 우려는 육아의 담당자로 자리매김되는 전통적 여성상을 강화한다. 또한 여성이 실제로 겪는 우울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차단하고 불필요한 ..

남편은 내가 집에서 논다고 말했다

최윤아 지음. 마음의숲 펴냄. 2018년 3월 7일 1판 1쇄. 패배자로 남기 싫었다. 인생은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라지만, 각자의 방향과 속도가 있을 뿐이라지만, 퇴사가 패배자처럼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자진해서 멈췄지만, 어쨌든 다 같이 달리다 혼자만 멈춘 건 사실이니까. 그런 나를 혹여나 동정할까 봐 행복과 여유를 과장했다(43쪽). 완벽한 살림을 담은 SNS 사진, 잡지, TV프로그램을 미국에서는 ‘도메스틱 포르노(Domestic Pornography)’라고 한다는 사실(45쪽). 회사를 그만둘 땐 플랜B가 있다는 게 다행처럼 느껴졌다. 일 외엔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겉으론 양성평등을 그렇게 외쳐 놓곤, 속으론 ‘여자라서, 결혼해서 다행’이라고 안..

2004.12.31. 14:16 ㅡ [06호] 오명

2004년 12월 30일(목) 정부과천청사 오명(吳明)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의 집무실. ‘과학기술혁신(科學技術革新)’이라는 큼지막한 글씨를 담은 액자가 눈에 들어온다.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임상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 집무실에 걸려있었는데, 최근 옮겨 온 모양이다. 서예를 모르지만, 낙관까지 ‘세∼게’ 박혀 있다. 공보관에게 누가 쓴 글인지 알아봐 달라고 했더니, 임 본부장 고향(전남)의 어느 인사가 쓴 것이란다. 누군지는 밝힐 수 없단다.(--;) 오 부총리의 올해 화두도 ‘과학기술혁신’이다. 그는 “지난해는 (부총리 승격에 따른 과기부) 조직을 갖추는 해에 불과했습니다. 이제 시스템을 정착시켜 국가기술혁신(NIS)체제를 실현할 때”라고 말했다. 오 부총리는 참 화려한(?) 삶을 살아왔고, ..

싸이월드 피난 2020.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