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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 줬어요?

카트리네 마르살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펴냄. 2017년 2월 3일 초판 1쇄. 2017년 3월 3일 초판 2쇄. 보이지 않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이지 않는 성이 있다(31쪽). 자녀 양육, 청소, 빨래, 다림질 등의 가족을 위한 활동은 사고팔거나 교환할 수 있는 유형의 재화를 생산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1800년대의 경제학자들은 여성이 경제적 번영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52쪽). 여성만이 쾌감만을 느끼기 위해 존재하는 신체 부위를 가졌다는 것의 의미는 여성만이 쾌감만을 느끼기 위해 존재하는 신체 부위를 가졌다는 것일 뿐이다. 이사회의 임원으로 일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61쪽).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경제학에 집착하고 있다. 케인스가 경제 성장 이후 옆으로 치워 두게 될 것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김하나·황선우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2019년 2월 22일 초판 1쇄. 2019년 3월 4일 초판 3쇄. 김하나에게는 설거지가 생활 속에 찾아오는 명상의 시간이고, 나에게는 요리가 가장 재밌는 놀이다(34쪽).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여자로 안 보인다는 데 전혀 신경 쓰이지 않게 되었다. 남성의 욕망의 대상으로서 존재한다는 게 내 가치를 높여주거나 기분을 낫게 해주지 않으니까(80쪽). 하지만 사람들은 은연중에 여자에게는 직장에서 일도 잘하고 동시에 집에서 살림도 잘할 것을 요구한다. “여자 혼자 사는 집이 이게 뭐니?”라면서. 누구도 그에게 “어서 살림을 돌봐줄 남편을 만나야지”라고 충고하지 않는다(102쪽). “둘만 같이 살아도 단체 생활이다.” 동거인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서로 라이프 스타일이..

전업주부입니다만

라문숙 지음. 엔트리 펴냄. 2018년 3월 23일 초판 1쇄. 집안일은 끝이 없다. 종류도 많고 시간도 품도 많이 든다. 매일 하는 일이지만 건너뛰기가 안 되는 일들이다.······중략······매일 정리해도 매일 어질러지고 매일 빨아도 세탁물은 넘쳐난다. 해도 해도 끝이 나지 않지만 손을 놓으면 당장 표가 나는 기이한 일이다(15쪽). 남편과 아이에게 한 상 차려 주고 바라보는 게 좋아서 정작 자신은 허기도 잊는다(30, 31쪽). 왜 설거짓감이 내게는 일감으로 보이고 그들에게는 지저분한 부엌으로 보이는가 하는 질문(52쪽). 오늘은 밥 생각 따위 하지 않겠다고 다짐까지 하고 나온 날에도 ‘밥’은 따라온다.······중략······집에서 멀리 가면 갈수록 내가 밥하는 여자라는 사실이 점점 더 명확해진..

아내가 결혼했다

박현욱 지음. 문이당 펴냄. 2006년 3월 10일 초판 1쇄. 2008년 8월 30일 초판 54쇄. “나는 덕훈 씨를 독점할 생각이 없어요. 덕훈 씨도 나한테 그렇게 대해 줄 수 있나요(29쪽)?” “여자가 뭐 어때서? 한국 땅이 뭐 어때서?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살았는데? 삼국 시대만 해도 고대 모계 사회의 흔적이 남아 있어서 국가 제례를 여자가 맡을 정도였어. 여자의 사회적 지위가 높았다는 얘기고 그건 또 그만큼의 자유도 허용되었다는 거지. 고구려엔 서옥제라는 게 있었어. 데릴사위제인데 그것 역시 여자의 지위가 높았다는 얘기야. 신라에는 여왕도 있었잖아. 혼전 섹스가 흔했고. 유부남, 유부녀들도 프리섹스를 했지. 김유신이 여동생과의 자리를 마련해 주자 내심 ‘뭘 이런 걸 다’하면서 대뜸 건드리고 입..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푸른숲 펴냄. 2007년 11월 20일 첫판 1쇄. 발자크도 도스토예프스키도 빚 때문에 열심히 소설을 썼다고 하잖아(13쪽). “엄마는 연애도 하기 싫어. 내 여자라고 생각하면 또 간섭할 거 아니야. 더 이상 너는 이렇게 나쁘고, 너는 이렇게 모자란다, 라는 말을 그게 맞을까 아닐까 생각하면서 나 자신을 괴롭히고 싶지 않아(59쪽).” “우리가 우리 집에서 코끼리 하마 거북이랑 사는 게 아니잖아. 그러면 함께 살아야 하는 다른 종류의 인간들을 존중하지 않으면 어쩌겠다는 건지······(109쪽).” 낮에는 농사짓고 저녁이면 들어와 밥하고 빨래하고 밤이면 남편에게 맞고······. 어휴, 말도 안 돼(123쪽)! ‘돈 벌 자신 없어. 가난하게 살기 싫어. 이십 년을 돈 한 푼 벌지 못 하고 ..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

정아은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2020년 5월 18일 초판 1쇄. ‘사회 지도층’이라 불리는 소수의 자본가는 열심히 일하기는커녕 다른 이들이 노력해 쌓아 올린 결과물을 약탈해 수중에 넣고 그것을 과시하기에 바빴다. 베블런은 이런 상류층의 행태를 ‘약탈 문화’가 시작되던 원시시대부터 내려온 특권층의 관심이라고 지적하며 이들의 주된 일이 ‘노동하지 않아도 되는 자신의 특권을 드러내 세련된 형태로 보여 주는 일’이라고 못 박는다(34쪽). 사회는 갓난쟁이를 둔 여성에게 집으로 돌아가라는 사이렌을 열성적으로 울려대지만, 엄마로만 사는 10여 넌이 흐르고 여성이 엄마가 아닌 다른 정체성을 요하기 시작하면 차갑게 외면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것까지는 좋았어. 하지만 그다음부터는 내 알 바 아니거든’이라고 말하는 ..

섹스와 거짓말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이현희 옮김. 아르떼 펴냄. 2019년 4월 1일 1판 1쇄. 북아프리카인들이야말로 성 문제가 주는 고통이나 절망감, 또는 반감과 관련된 주제에 접근하기에 가장 적절한 사람들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성적 자유가 없는 사회에서 나고 자랐다는 사실로 인해 섹스는 그들에게 영원히 마르지 않는 강박의 대상이 된다(9, 10쪽). 각주 4) 18세기 이슬람 복고주의 운동의 주창자인 압둘 와하브의 이름을 딴 와하비즘은 코란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고 음주, 도박, 춤, 흡연이나 화려한 치장 등을 철저히 금할 것을 주장하며 특히 여성이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려고 치장하는 것을 금기시한다. 전문가들은 이슬람 국가들의 여성 차별이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57쪽). 이 세상 모든 해방과 마찬가지로..

기획된 가족

조주은 지음. 서해문집 펴냄. 2012년 12월 30일 초판 1쇄. 참여자 대부분은 저녁 시간에 자녀의 과제를 도와주는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고, 아동문학이 탄생한 빅토리아 시대의 발명품인 ‘어린이’를 동화로 감싸는 행위는 아이들이 저녁 시간을 가장 유익하게 보내는 방법이라 믿고 있다(66쪽).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시댁 분위기가 워낙 전혀 그런 것을 시키지 않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고루한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닌 거 같은데 오랫동안 젖은 습관은 잘 안 바뀌더라고요. 기본적으로 남녀가 분담을 해야 되고 맞벌이를 하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되고 그런 정도의 생각을 갖질 못하더라고요. 이석은(94쪽). (이석은. 41세. 대졸. 중등 교사 15년. 남편 대학원 박사 졸. 대학 교수. 혼인 기간 15년. ..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권김현영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2019년 10월 28일 1판 1쇄. 미국의 흑인 여성운동가 프랜시스 빌은 흑인 남성이 원한 해방은 백인 남성만 누린 남성적 특권이었는데, 그 특권은 바로 흑인 여성의 몸에 대한 ‘프리패스권’이었다고 통렬하게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흑인 여성으로서의 해방은 이중의 모순 속에서 반드시 내전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21쪽). 이른바 ‘진보진영’에서 집중적으로 미투가 나왔던 이유는 진보진영 남성들이 남성 권력에 대항하지 않고 그것을 욕망했기 때문이다. 미투운동으로 인해 진보진영의 리더십에 큰 상처가 났다는 식의 비판을 하는 것은 본인들의 자유이나, 일단은 반성이 먼저다(22쪽). 페미니즘보다 휴머니즘을 지향한다거나, 여성 인권이 아니라 보다 전체적인 인권에 대해 말하고 싶다는..

내 안의 가부장

시드라 레비 스톤 지음. 백윤영미·이정규 옮김. 사우 펴냄. 2019년 2월 27일 초판 1쇄. 내면 가부장은 우리가 숨 쉬고 있는 공기와도 같아서 그 존재를 알아차리기 어렵다(134쪽).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새로운 존재 방식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으로서 여성의 잠재력을 온전히 존중하며, 남성과 여성이 평등과 존엄을 기반으로 하는 파트너 관계를 이루는 존재 방식을 말이다(1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