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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

김명희 지음. 낮은산 펴냄. 2019년 9월 30일 처음 찍음. 가톨릭에서 미사 중에 여성들이 사용하는 베일은 성경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성경은 “모든 남자의 머리는 그리스도이시고 아내의 머리는 남편이며 그리스도의 머리는 하느님이시라는 사실을 여러분이 알기를 바랍니다(1고린 11,3)”라면서, “어떠한 여자든지 머리를 가리지 않고 기도하거나 예언하면 자기의 머리를 부끄럽게 하는 것(1고린 11,5)”이라고 이야기한다. 가톨릭에서는 이것이 남녀 차별보다는 하느님께 대한 경의와 존경을 표시하라는 의미라고 해석한다. 남자의 머리는 그리스도이니까 성당 안에 들어서면 모자를 벗어 이를 드러내야 하고, 여성의 머리는 남편을 의미하니까 신 앞에 정숙함과 겸손함을 나타내기 위해 화려하게 치장된 머리를 가려야 한다는 것..

검사님의 속사정

이순혁 지음. 씨네21북스 펴냄. 2011년 12월 12일 초판 1쇄. 2017년 9월 4일 초판 6쇄. 최환 서울지검 공안부장은 사건 초기 주검을 화장하려던 청와대와 경찰의 압력에 형사법적 원칙을 내세워 부검을 주장했고, 정구영 서울지검장도 뜻을 같이했다.······중략······당시 서울지검을 출입했던 신경민 MBC 기자는 광주고검장으로 좌천된 정 지검장과 출입 기자들의 마지막 인사자리를 두고 “대부분 기자들은 이 자리와 그의 모습을 지금도 기억한다. 기자도, 검사도 모두 그 자리에서 울컥했다. 아무도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해 긴 침묵이 넓은 지검장실을 감싸고 휘돌았다”고 회상하기도 했다(5쪽). “여하튼 이런 ‘도서관 투쟁’을 (서울대) 법대 81학번들이 주도했는데, 언더(지하)에서 이들을 지도하고 ..

만인보 4 / 5 / 6

고은 지음. 창비 펴냄. 1988년 11월 10일 초판 1쇄. 2010년 4월 15일 개정판 1쇄. 2017년 5월 31일 개정판 5월 31일. 쳇 엿 먹어 진작 뼈가 되고 살이 되었는데 이제 와서 무슨 궂은비에 대고 헛소리여 (47쪽. ‘아래뜸 김상선’) 봐라 마당 잘 쓸어놓으면 마당이 웃는다 마당이 웃으면 울타리도 웃는다 울타리 나팔꽃도 웃는다 (77쪽. ‘외할아버지’) 여자 빨치산 이공주 그녀는 배 안의 아기 때문에 총을 쏘지 않고 생포되었다 (198쪽. ‘백운산 고아’) 그냥 항복해버린 금관가야계의 김서현과 신라 왕족 만명부인의 내연으로 태어난 김유신 소시부터 무술에 뛰어나 그 용맹 떨쳤다 그 유신이 늙마에 김춘추의 소실 소생의 딸 지소와 혼인한다 이미 춘추와 유신은 얽히고설킨다 옹서간 이전에 처..

악인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은행나무 펴냄. 2008년 1월 15일 1판 1쇄. 2008년 2월 15일 1판 3쇄. 쓰쓰미시타가 종이컵에 담긴 뜨거운 차를 들고 다가왔다. 후사에는 “아이고,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남자를 부려 먹다니”라고 미안해하면서도 쟁반에 올려진 종이컵을 받아 들었다(136쪽). 아무래도 유이치는 아직 용서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이제는 시간이 흘렀다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거는 것은 배신한 쪽의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걸 미호는 새삼 깨달았다(157쪽). 외로움을 숨긴 채 살아가는 삶은 이제 지긋지긋했다. 쓸쓸해지지 않기 위해 애써 웃는 것도 이제는 싫었다(250쪽). 섣달그믐, 여느 때 같으면 명절음식을 만들고 시메나와(금줄, 현관문이나 집 안에 마련된 신단이나 불단의 위쪽에 매..

악의 꽃

샤를 보들레르 지음. 황현산 옮김. 민음사 펴냄. 2016년 5월 10일 1판 1쇄. 잠깐의 수고! 무덤이 기다린다, 무덤은 허기졌다! 아! 당신의 무릎 위에 이 이마를 올려놓고, 불타오르던 하얀 여름을 그리워하며, 늦가을의 노랗고 부드러운 햇살을 맛보게 하여 다오(49쪽)! -‘가을의 노래’ 갈래를 친 내 마음이 당신들의 온갖 악덕을 즐기네! 내 넋이 당신들의 온갖 미덕으로 빛나네(67쪽)! -’키 작은 노파들’ 저들 앞에 일어서는구나, 장엄한 마술이여! 그리하여 나팔과 태양, 함성과 북소리의 멍멍하고 휘황한 법석 속에서 사랑에 취한 민중에게 저들은 영광을 안겨 준다(77쪽)! -’넝마주이의 술’ 어느 아침 우리는 떠난다, 뇌수는 불꽃으로 가득하고, 원한과 쓰라린 욕망으로 부푼 가슴을 안고, 그리고 우..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

로빈 월쇼 지음(1988년). 원제 I NEVER CALLED IT RAPE.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옮김. 미디어일다 펴냄. 2015년 7월 2일 1판 1쇄. 2016년 1월 18일 1판 3쇄. 스무 살에 데이트 상대에게 강간 피해를 입은 킴······중략······”그 사람한테는 마치 제가 사람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저 침범하고 싶은 하나의 몸이 된 기분이었어요(93쪽).” 데이트 상대나 친분 있는 사람에게 성폭력을 당한 대부분의 여성은 어디도 안전하지 않고,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사적인 세계를 포함한 세상 전체에 대해 위협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변의 긍정적인 지지와 공감마저 받지 못하면, 피해 여성들은 자신이 무가치하고 무기력하며 의지할 데가..

세탁기의 배신

김덕호 지음. 뿌리와이파리 펴냄. 2020년 4월 20일 초판 1쇄. 가정학자들과는 별도로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는 집단이 있었는데, 그들이 바로 ‘광고업자’였다. 이들은 앞의 집단과는 달리 최소한 중립적이거나 양쪽을 중재한다는 의식조차 갖지 않았으며, 거의 전적으로 광고주의 이해관계만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애쓴 집단이었다(19쪽). 수돗물을 비롯해 가스·전기밥솥·중앙난방·세탁기·냉장고와 같은, 가정 내의 엄청난 기술변화에도 불구하고 왜 선진 산업국가들에서 가사노동은 여전히 전체 노동시간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일까(23쪽)? 가정과학운동의 실제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1900년에서 1920년 사이에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전간기, 즉 양차 세계대전 사이에 졸..

여성의 종속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서병훈 옮김. 책세상 펴냄. 2006년 1월 20일 초판 1쇄. 2007년 2월 28일 초판 2쇄.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종속된 위치에 있다는 것은 현대의 사회제도에 비춰 볼 때 극히 예외적이고, 사회적으로 가장 중요한 기본법을 유린하는 아주 드문 사례이다. 다른 구시대의 생각과 관행은 다 혁파돼 사라졌는데, 사람들에게 가장 보편적 관심사가 되는 이 유물만 아직도 살아 있다(45, 46쪽). 우리는 지배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습관적으로, 아랫사람들이 도저히 참지 못해 저항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그들을 괴롭힌다는 사실도 잘 안다. 인간의 천성이 원래 그런 것이다(78쪽). 남편과 아내의 관계는 영주와 가신의 관계와 똑같다. 다른 것이 있다면 아내가 ..

우리 속에 있는 남신들

진 시노다 볼린 지음. 유승희 옮김. 또하나의문화 펴냄. 2006년 5월 24일 개정판 1쇄. 2007년 10월 17일 개정판 2쇄. 제우스 및 올림포스 신들에 관한 신화는 가부장제의 족보와 그것이 우리 인간의 개인적 삶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밝혀 주는 ‘가족 이야기’다.······중략······인도유럽어족은 초기 여신을 숭배하던 구 유럽과 그리스 반도의 사람들을 정복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들은 우리의 선조 설립자 아버지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그 앞서 존재했던 모계 사회에 대해서는 그 기억을 지우거나 아니면 단지 암시할 뿐이다(40쪽). 많은 남성들은 덩치가 커지고 힘이 세지면 어릴 때 마음속에 품고 있던 적대감을 여성들에게 드러내게 된다(49쪽). 제우스······중략······그는 자기 딸 페..

혼자 살아가기

송제숙 지음. 황성원 옮김. 동녘 펴냄. 2016년 6월 30일 초판 1쇄. 연구참여자 중 90%가 군사정권에 맞선 학생운동가 출신이었다. 또한 이들은 1990년대 초 군사정권의 종식과 민주정권 쟁취의 경험 역시 공유했다. 많은 연구참여자들이 (군부독재의 남성 중심적이고 독단적인 위계질서를 빼다 박은) 남성 중심적인 학생운동 조직에 대한 비판적인 자기성찰 과정에서, 학생운동 조직보다 덜 경직되고 주변적인 지위와 정체성에 개방적인 여성운동과 (시민사회운동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비정부기구에 참여하게 됐다(21쪽). 기독교라 해서 보수적 성도덕과 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부부 간의 출산을 위한 섹스만을 합법적인 섹슈얼리티로 인정하는 보수적인 젠더 규범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지배적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