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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창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김홍모 지음. 창비 펴냄. 2020년 4월 3일 초판 1쇄. 나다. 어렸네. 이때는 뭐든 열심이었지. 물질도, 야학 공부도, 독립을 위한 시위도(10쪽). (16쪽 두 번째 그림 뒷산은 큰노꼬메일까.) “어머니, 나 구젱기 잡안(80쪽)!” (‘구젱기’는 소라.) 미군정이 시작됐다(93쪽). “꼭 올라가사쿠가?” “······재훈이를 경 보내불고 도저히 억울행 가만이실 수가 없소.” “······내 몫까지 잘 싸워줌써(154, 155쪽).” 시민 동포들이여! 경애하는 부모 형제들이여! ‘4·3’ 오늘은 당신님의 아들 딸 동생이 무기를 들고 일어섰습니다. 매국 단선 단정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조국의 통일독립과 완전한 민족해방을 위하여! 당신들의 고난과 불행을 강요하는 미제 신인종..

아무튼, 스윙

김선영 지음. 위고 펴냄. 2020년 6월 1일 초판 1쇄. 역시 스타일은 돈이 아니라 자신감의 문제라는 걸 다시금 곱씹었다(20쪽). 사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감정과 마음들이 활자의 힘을 빌려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53쪽). 스윙을 10년 이상 떠나 있던 시간이나 다리를 다쳐 춤을 출 수 없었던 시기를 보내고 다시 춤을 추게 된 것은 모두 어떤 우연과 운명의 조화 때문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스윙에 대한 열망과 춤을 추겠다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152쪽).

아무튼, 술

김혼비 지음. 제철소 펴냄. 2019년 5월 7일 초판 1쇄. 2019년 5월 20일 초판 2쇄. 곧이어 아하하하, 웃는 편집자를 따라 웃는 내 마음속은 살짝 복잡했다. 고백하자면 ◯◯◯◯는, 언젠가 써 보고 싶다고 생각해 둔 몇 가지 글감 중에서 가장 ‘메이저’한 소재였기 때문이다(10쪽). 리베카 솔닛도 말했다. 마음을 두루 살피려면 걸어야 한다고. 걷는 것은 일하는 것과 일하지 않는 것, 존재하는 것과 뭔가를 해내는 것 사이의 미묘한 균형이라고(98쪽). 나는 아직 준비도 안 됐고, 딱히 당신과 그럴 생각이 없으며, 그럴 만한 관계도 아닌데 따옴표를 확 열고 들어오면 “제가 털어놓을 속엣말은요···, 당장 집에 가고 싶어요” 말고는 할 말이 없어진다(168, 169쪽).

조근조근 제주신화 1

여연 지음. 지노 펴냄. 2018년 10월 22일 초판 1쇄. 아기가 탄생했다. 앞이마에 해님, 뒤이마엔 달님, 양 어깨엔 샛별이 오송송 박힌 어여쁜 아기씨였다(59쪽). “시절이 좋구나. 우리 아기 이름을 ‘저 산 줄기 뻗고 이 산 줄기 뻗어 왕대월산 금하늘 노가단풍 자주명왕’이랜 허는 것이 어떻소(60쪽)?” 이렇게 자주명왕 아기씨가 땋은 머리 건지를 올린 연유로 대정에 가면 지금도 건지오름이 있는 것이다. 아기씨와 느진덕정하님이 건지오름을 지나고 대정고을에 들어서니 조심다리가 나타났다. “상전님아 상전님아, 조심 조심해영 조심다리 지나옵서.” 그때에 내온 법으로 대정고을에는 지금도 조심다리가 있게 됐다(75쪽). 다리들을 모두 건너자 비로소 ‘건지오름’이 나타났다. ‘건지’는 ‘땋은 머리’를 의미하..

쇼크 독트린

나오미 클라인 지음. 김소희 옮김. 살림비즈 펴냄. 2008년 11월 20일 초판 1쇄. 2008년 12월 19일 초판 2쇄. 프리드먼은 1970년대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장군의 자문으로 일할 때, 대규모 충격이나 위기를 이용하는 방법을 처음 알아냈다. 피노체트의 과격한 쿠데타로 칠레인들은 충격에 빠졌다. 게다가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있었다. 프리드먼은 피노체트에게 세금 감면, 자유무역, 민영화된 서비스, 사회지출 삭감, 탈규제화 등의 신속한 경제 변혁을 조언했다. 심지어 칠레의 공립학교를 바우처로 자금을 조달하는 사립학교로 대체했다. 유례가 없는 가장 극단적인 자본주의로의 개조였다.······중략······이러한 고통스런 기법을 지칭할 용어도 만들어 냈다. 바로 경제적 쇼..

아무리 얘기해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마영신 지음. 창비 펴냄. 2020년 4월 3일 초판 1쇄. 우리는 보았다. 사람이 개 끌리듯 끌려가 죽어 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신문에는 단 한 줄도 싣지 못했다. 이에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 1980. 5. 20. 전남매일신문 기자 일동. 전남매일신문 사장 귀하(85쪽). “우리도 시민군을 만들어 싸웁시다(124쪽)!” 찬 공기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광주교도소였다(137쪽). 나는 20평 남짓한 창고에 150명의 사람들과 함께 감금됐다. 군인들이 사람들을 정렬시켜 놨는데 그나마 멀쩡한 사람은 앞줄에 두고 그 뒤로 다친 정도에 따라 앉혔다. 창고 구석에는 가마니에 싸인 시신들이 놓여 있었다. 우리는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138쪽)..

사일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윤태호 지음. 창비 펴냄. 2020년 4월 3일 초판 1쇄. “대통령을 계속 해 먹겠다고 찬성파 숫자를 억지로 맞추느라 수학자까지 데려왔다는데요.” “어른들 소리 귀담아듣지 말고 넌 네 할 일만 열심히 해(60쪽).” “아까 길에서 주운 신문지에서 본 글인데··· 정족수 203의 수학적 3분의 2는 135.333인데 헌법 조항에는 분명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라고 하니 개헌 정족수는 136명이 말이 되는 거 아닙니까. 어찌 135명이 맞는다는 것인지···(61쪽).” 1960년······중략······“2월 28일 경북고등학교에 모인 학생들이 ‘학원을 정치 도구화하지 말라’며 거리로 뛰쳐나갔어(93쪽).” 김주열은 4월 11일 오전 11시경 실종 27일 만에 발견됐다(133쪽)..

경찰관 속으로

원도 지음. 이후진프레스 펴냄. 2019년 9월 27일 초판 1쇄. 2019년 10월 21일 초판 2쇄. 신고 내용이 그거야. 게이를 봤대.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신고를 접수하고 전파하는 역할인 112지령실에서 이런 황당한 신고나 경찰력이 필요 없는 단순 민원 전화는 지령실 차원에서 마감해 줘야 하는데, 112지령실 직원의 태도가 크게 문제 됐던 오원춘 살인 사건 이후로 지령실에서는 몹시 몸을 사려. 무조건 신고를 접수하고 파출소에 지령을 내리게끔 분위기가 바뀌었어. 어떻게 보면 자신들에게 1그램의 책임도 돌아오지 않도록 최대한 면피하는 거지(27쪽). 가정 폭력 현장에 가면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장면들을 목도해. 물건을 부수거나 가족을 폭행하는 것 말고도 온 집 안에 물을 뿌려 놓는다거나, 옷장에 있..

제주 민담

이석범 지음. 살림 펴냄. 2016년 4월 30일 초판 1쇄. 그날부터 김복수의 가슴은 춘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타들어 갔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은 안남 땅에, 처남은 유구국에, 그리고 자기는 고향 제주도에 서로 뿔뿔이 흩어지게 됐고,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은 기약할 수 없었다(16쪽). -오돌또기 “시집오기 바로 전에 뒷집 사는 할머니를 찾아갔었어요. 어떻게 하면 시집살이를 잘할 수 있을까 물어보러 갔던 거예요. 그때 할머니가 말씀해 주시더군요. 누가 뭐라 해도 귀막아 3년, 말 못해 3년, 눈 어두워 3년······ 그렇게 지내면 시집살이를 잘할 수 있는 거라고요(33쪽).” -말 못하는 아내 “일(一)석이냐, 이(二)석이냐, 삼(三)거리 지나, 사(四)거리에서 만났구나! 오(伍)행 육(六)갑 짚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