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078

아무리 얘기해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마영신 지음. 창비 펴냄. 2020년 4월 3일 초판 1쇄. 우리는 보았다. 사람이 개 끌리듯 끌려가 죽어 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신문에는 단 한 줄도 싣지 못했다. 이에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 1980. 5. 20. 전남매일신문 기자 일동. 전남매일신문 사장 귀하(85쪽). “우리도 시민군을 만들어 싸웁시다(124쪽)!” 찬 공기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광주교도소였다(137쪽). 나는 20평 남짓한 창고에 150명의 사람들과 함께 감금됐다. 군인들이 사람들을 정렬시켜 놨는데 그나마 멀쩡한 사람은 앞줄에 두고 그 뒤로 다친 정도에 따라 앉혔다. 창고 구석에는 가마니에 싸인 시신들이 놓여 있었다. 우리는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138쪽)..

사일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윤태호 지음. 창비 펴냄. 2020년 4월 3일 초판 1쇄. “대통령을 계속 해 먹겠다고 찬성파 숫자를 억지로 맞추느라 수학자까지 데려왔다는데요.” “어른들 소리 귀담아듣지 말고 넌 네 할 일만 열심히 해(60쪽).” “아까 길에서 주운 신문지에서 본 글인데··· 정족수 203의 수학적 3분의 2는 135.333인데 헌법 조항에는 분명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라고 하니 개헌 정족수는 136명이 말이 되는 거 아닙니까. 어찌 135명이 맞는다는 것인지···(61쪽).” 1960년······중략······“2월 28일 경북고등학교에 모인 학생들이 ‘학원을 정치 도구화하지 말라’며 거리로 뛰쳐나갔어(93쪽).” 김주열은 4월 11일 오전 11시경 실종 27일 만에 발견됐다(133쪽)..

경찰관 속으로

원도 지음. 이후진프레스 펴냄. 2019년 9월 27일 초판 1쇄. 2019년 10월 21일 초판 2쇄. 신고 내용이 그거야. 게이를 봤대.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신고를 접수하고 전파하는 역할인 112지령실에서 이런 황당한 신고나 경찰력이 필요 없는 단순 민원 전화는 지령실 차원에서 마감해 줘야 하는데, 112지령실 직원의 태도가 크게 문제 됐던 오원춘 살인 사건 이후로 지령실에서는 몹시 몸을 사려. 무조건 신고를 접수하고 파출소에 지령을 내리게끔 분위기가 바뀌었어. 어떻게 보면 자신들에게 1그램의 책임도 돌아오지 않도록 최대한 면피하는 거지(27쪽). 가정 폭력 현장에 가면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장면들을 목도해. 물건을 부수거나 가족을 폭행하는 것 말고도 온 집 안에 물을 뿌려 놓는다거나, 옷장에 있..

제주 민담

이석범 지음. 살림 펴냄. 2016년 4월 30일 초판 1쇄. 그날부터 김복수의 가슴은 춘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타들어 갔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은 안남 땅에, 처남은 유구국에, 그리고 자기는 고향 제주도에 서로 뿔뿔이 흩어지게 됐고,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은 기약할 수 없었다(16쪽). -오돌또기 “시집오기 바로 전에 뒷집 사는 할머니를 찾아갔었어요. 어떻게 하면 시집살이를 잘할 수 있을까 물어보러 갔던 거예요. 그때 할머니가 말씀해 주시더군요. 누가 뭐라 해도 귀막아 3년, 말 못해 3년, 눈 어두워 3년······ 그렇게 지내면 시집살이를 잘할 수 있는 거라고요(33쪽).” -말 못하는 아내 “일(一)석이냐, 이(二)석이냐, 삼(三)거리 지나, 사(四)거리에서 만났구나! 오(伍)행 육(六)갑 짚어..

아무튼, 딱따구리

박규리 지음. 위고 펴냄. 2018년 8월 1일 초판 1쇄. 특히 수컷만 아니라 암수 모두 드럼을 쳐서 구애 활동을 하는 평등한 암수 관계가 무척 마음에 든다(22쪽). 딱따구리는 암수가 드럼을 같이 칠 뿐 아니라 둥지를 뚫는 작업도 공평하게 한다. 수컷이 일단 몇 군데 나무에 후보지로 작게 구멍을 내놓고 암컷에게 보여 주면, 암컷이 그중 마음에 드는 구멍을 골라 같이 둥지를 판다(24쪽). 결국 먹고 남은 반찬을 싸 오려고 네 칸짜리 반찬통을 마련했다. 남은 음식을 싸 달라고 부탁하면 꼼짝없이 비닐이나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주시니 음식 쓰레기 없애려다 또 다른 쓰레기를 만드는 것에 난감하던 차에 동네 마트에서 적당한 통을 발견했다(65, 66쪽). 시장에서 받은 검은 비닐봉지들은 착착 모아 뒀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거짓말

손화철 이광석 이정모 이정엽 임태훈 장은수 한기호 지음. 북바이북 펴냄. 2017년 9월 7일 1판 1쇄. 한기호. 4차산업혁명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담론이 된 데에는 2017년 5월의 대통령 선거도 큰 역할을 했다. 대선 과정에서 모든 후보가 자신이 4차산업혁명을 수행할 적임자라고 주장했다(7쪽). 손화철. 새로운 기술들로 인해 가능해진 일들의 성격 자체가 변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번역과 통역을 예로 들어 보자. 지금까지는 인공지능이 사람과 비슷하게 번역과 통역을 하게 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능력이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하게 되면, 인공지능으로 번역과 통역이 정확하게 되는 문장과 말을 좋은 문장과 말의 기준으로 삼게 될 것이다. 미묘한 의미를 전달하는 문학적 표현이 필요한 영역이..

아무튼, 연필

김지승 지음. 제철소 펴냄. 2020년 10월 12일 초판 1쇄. 아홉 살 소녀와 비극이란 단어는 냉장고와 수집용 자석 같은 관계랄 수 있었다. 설사 그 의미를 잘 모르더라도 몰라서 더 끌리는 두 음절의 단어 중 ‘비극’만 한 게 있었을까(23쪽). 디지털 세계에서는 이런 식으로 A와 B의 관계가 간단하게 연루된다. 0과 1밖에 모른다는 말간 얼굴로 위장하긴 쉬워도 그곳에서 완전한 결백이란 없다(35쪽). 나는 줄곧 삼각형이 만드는 안정감 밖에서 삼각형 안을 동경하며 살았다(55쪽). 원더우먼을 창조한 윌리엄 몰턴 마스턴과 그의 부인과 폴리아모리 관계였던 애인의 삼각 구도가 구체적으로 어땠는지는 알 수 없다(57쪽). “주식회사 문화연필. 전주시 팔복동 1가 325-1. 주의사항이, 심을 입에 물지 말 ..

아무튼, 언니

원도 지음. 제철소 펴냄. 2020년 7월 20일 초판 1쇄. 2020년 7월 30일 초판 2쇄. 나는 나 자신이 아니라 ‘장애인 오빠의 동생’이라는 꼬리표를 달기 위해 설계된 목숨 같았다(9쪽). 프라하 공항에 내린 순간, 서로를 속속들이 안다고 생각했음에도 수하물과 함께 그 사람의 영혼까지 부친 건가 싶을 정도로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수홍 언니는 절대로 택시를 타지 못하게 했다. 여행지에서 택시를 타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이 없다는 생각이 언니의 뇌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았다(25쪽).······중략······셋째 날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시벨’로 시작하는 이름의 역에서 난데없이 시벨 언니가 혼자 하차해 버렸다. 사흘 동안 곳곳을 누빈 길이라 절대 헷갈릴 수 없는 경로였는데도 다짜..

아무튼, 여름

김신회 지음. 제철소 펴냄. 2020년 5월 29일 초판 1쇄. 2020년 7월 7일 초판 4쇄. 외모를 가꾸고 살을 빼는 일은 전적으로 나의 의지이며 자기만족이라고 주장해 봐도 이미 세상은 여자들에게 거대한 거울이다. 그 안에 둘러싸여 살다 보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자기 몸을 미워하게 되거나 스스로를 대상화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제보다 오늘 더 아름다워지고 싶고, 예쁘다는 평가를 자주 듣고 싶어진다(46쪽). 여름날 책과 함께 마시는 혼술은 여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96쪽). 프리랜서에게 없는 것 네 가지를 꼽자면 4대 보험, 고용 보장, 퇴직금, 유급 휴가쯤 되려나. 방송작가로 일할 때 갑작스레 방송이 결방되면 팀 전체가 뜻밖에 휴가를 얻기도 했지만 당연히 무급이었다...

LG유플러스 연체료 불법 추심 의혹 ‘보완 수사’

경찰의 ‘혐의 없음’ 판단에 검찰이 보완 요구 By Eun-yong Lee LG유플러스 통신상품 연체료를 대신 받아 내는 미래신용정보가 10년 넘게 고객의 이동전화 이용정지일을 마음대로 앞당긴 의혹을 두고 수사가 다시 시작됐다. 5일 경찰 관계자는 고객 이용정지일을 “(앞)당긴 부분이 주 논점”이라며 보완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이 수사가 모자랐다고 보고 보완을 요구했다. 특히 경찰의 미래신용정보 압수수색에서 고객 이용정지일 앞당기기 의혹을 밝힐 증거가 확보됐는지에 눈길이 쏠렸다. [관련 기사 ▸ 추심업체의 ‘LG유플러스 연체료’ 불법 추심 의혹 확산 (newsta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