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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조근 제주 신화 2 ━ 자청비부터 도깨비까지

신예경·문희숙 지음. 지노 펴냄. 2018년 10월 22일 초판 1쇄. 제주 옛 마을에는 ‘감관’이라는 직책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소와 말을 많이 방목했던 중산간 마을의 경우 소와 말이 농사짓는 밭에 들어와 곡식을 먹어 버리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하고,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에 의해 생계형 범죄가 일어나기도 했다. 그래서 감관은 목축지와 농경지를 감시하는 일꾼을 거느리고 있으면서 주로 농경지에서 부정한 일을 저지른 죄인들을 다스렸다(38, 39쪽). 성읍리의 경우 음력 7월 14일 밤에 목축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음식을 준비하고 목장으로 가서 백중제를 지낸다고 한다(134쪽). 보통 밭갈이하는 데 소를 부리지만 제주에서는 말을 농사일에 많이 활용했다. 밭에 뿌린 씨앗들이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밭..

아무튼, 산

장보영 지음. 코난북스 펴냄. 2020년 6월 15일 초판 1쇄. 이 어마어마한 지리산을 다녀온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많다니(16쪽). 제주에서 열린 제주 국제 트레일러닝 대회. 사흘 동안 한라산 20킬로미터, 오름 40킬로미터, 올레길 40킬로미터를 나눠 달리는 스테이지 경주였다(63쪽). 실연의 아픔을 안고 달린 제주의 자연은 나에게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 같았다. 언제나 앞으로만 나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66쪽). 그럼에도 언제든 당장 배낭 하나 훌쩍 메고 떠날 수 있는 상태를 삶의 목표로 삼고 살고 있다(82쪽).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뭘까(128쪽). 비교로 인한 감정이 더는 나를 다치게 하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비교 자체가 무의미해진 순간..

한국단편문학선 1

이남호 엮음. 민음사 펴냄. 1988년 8월 5일 1판 1쇄. 2017년 6월 29일 1판 53쇄. M이 보라고 내어놓은 어린애의 발가락은 안 보고, 오히려 얼굴만 한참 들여다보고 있다가, 나는 마침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발가락뿐 아니라, 얼굴도 닮은 데가 있네.” 그리고 나의 얼굴로 날아오는 (의혹과 희망이 섞인) 그의 눈을 피하면서 돌아앉았습니다. -김동인, , 33쪽. 처형의 남편이 이번 그 돈을 딴 뒤로는 주야 요리점과 기생집에 돌아다니더니 일전에 어떤 기생을 얻어가지고 미쳐 날뛰며 집에만 들면 집안 사람을 들볶고 걸핏하면 처형을 친다 한다. 이번에도 대단치 않은 일에 처형에게 밥상을 냅다 갈겨 바로 눈 위에 그렇게 멍이 들었다 한다. -현진건, , 50쪽.

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 가이드

이영준·임태훈·홍성욱 지음. 반비 펴냄. 2017년 1월 6일 1판 1쇄. 2017년 1월 31일 1판 2쇄. 임태훈. 낡고 늙고 쓸모없어지는 것들의 행렬이 성장과 발전의 파고에 밀려 파국으로 내몰리고 있다(6쪽). 한국 정보통신기술 담론에서 ‘노동’의 문제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소외돼 있다. 디지털 시대의 책사를 자처하며 정부나 기업의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는 이들은 많다. 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서 디지털 신자유주의의 폭압에 맞설 방법을 고민하는 목소리는 초라하다(9쪽). 아옌데 정권은 칠레를 자본주의 경제에서 사회주의 경제로 전환하고자 했다. 그러려면 칠레의 현 경제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중앙 집중적인 관료주의를 피할 수 있는 분권적이며 민..

한국 자기부상열차의 실패

‘반발식’ 자기부상열차 경험 없다 By Eun-yong Lee 일론 머스크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을 비롯한 세계 주요 초고속 이동 체계 연구진은 진공 튜브 안에서 시속 1000km를 넘어 음속(1200km/h)에 다가서는 게 목표다. 뜻을 이루려면 시속 600km를 넘겨 달릴 ‘초전도 반발식 자기부상열차’를 함께 갖춰야 한다. 힘 좋은 초전도 전자석으로 열차를 10cm쯤 공중에 띄워 달리며 이른바 ‘초고속’을 실현하는 체계인 것. 한국 과학계에는 그러나 초전도 반발식 자기부상열차 실용화 경험이 없다. 연구를 시작할 때 초전도 반발식을 덮고 상전도 흡인식을 골랐다. 김창현 한국기계연구원 인공지능기계연구실장은 “2008년쯤 자기부상 방식을 검토한 끝에 ‘흡인식으로 하자’는 결론을 냈다”며 “시속 500에서 60..

아무튼, 비건

김한민 지음. 위고 펴냄. 2018년 11월 25일 초판 1쇄. 2019년 2월 25일 초판 2쇄. “학급 물건을 내 것처럼 아끼자!” 이 문구를 보고 나는 충격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이렇다. 그때까지 내가 외국에서 받은 교육에 의하면 그 문구는 응당 이렇게 쓰여 있어야 했다. “남의 것처럼 아끼자(12쪽).” 소고기 1킬로그램을 얻기 위해서 (물) 약 1만 5천 리터가 든다(27쪽). 열악한 가축 사육 환경 때문에 창궐하는 병균을 억제하기 위해 항생제가 남용되고 있다. 미국 전체 항생제 판매량의 80퍼센트가 축산업에 쓰인다(29쪽). 2015년에 국제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소시지, 햄 같은 가공육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31쪽).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

아무튼, 요가

박상아 지음. 위고 펴냄. 2019년 5월 10일 초판 1쇄. 나중에 강사 트레이닝을 하면서 땀에 대해 공부하며 알게 된 것인데, 땀은 몸에 노폐물이 많이 쌓여 있을 때 냄새가 나는 것이라 미리 샤워를 하면 수련을 하면서 나오는 땀 자체는 더럽지 않다(29쪽). 더 이상 죽음이 두렵지도, 죽음 이후의 세계가 궁금하지도 않았다. 죽음은 그저 무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고, 내가 나라는 의식조차 없기 때문에 굳이 슬퍼하고 겁낼 필요가 없었다(120쪽). 이런 걸 직접 해야 타락의 길로 빠지지 않는다고 하셨다(142쪽).

아무튼, 하루키

이지수 지음. 제철소 펴냄. 2020년 1월 31일 초판 1쇄. 2020년 2월 28일 초판 2쇄. 각오는 했지만 육아는 정말이지 다른 차원의 고행이었다. 아들이 태어나자 내 신체와 정신이 모두 이 작은 인간을 위해서만 기능하는 것 같았다. 작은 인간을 먹이고 씻기고 똥오줌을 치우고 안은 채로 밥과 빨래와 청소를 하고 (가끔은 볼일도 보고!) 그러면서 동시에 기저귀와 분유와 물티슈와 기타 등등의 육아템을 떨어지지 않게 구비해 두는 데 내 모든 기력을 썼다. 기진맥진이 기본 컨디션이었다(49쪽). 자신에 대해 큰소리로 떠벌리지 않아도 그 내부에는 틀림없이 근사한 게 있으리라는 믿음을 주는 사람에게 나는 매번 반한다(59쪽). 오이를 닮아서 별명도 큐컴버배치인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한껏 서늘한 표정..

신동원 교수의 한국과학문명사 강의

신동원 지음. 책과함께 펴냄. 2020년 2월 22일 1판 1쇄. (박성래) 그는 조선의 천문 기관에 근무하던 관원이 열심히 하늘을 관찰해 일식과 월식, 혜성과 가뭄을 관찰하고 기록했지만, 그러한 활동이 오늘날의 과학 활동과는 거리가 먼 정치적 해석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었음을 잘 보여 줬습니다(29쪽). 는 와 함께 온갖 우주와 자연 현상 기록의 저장 창고 구실을 했습니다. 에는 186번의 가뭄 기록이 실려 있는데, 이런 기록도 있습니다. 1002년(목종 5년) 6월 제주도 산의 네 곳에서 구멍이 뚫려 붉은 물이 닷새 동안 솟구쳐 나오더니 멈췄다. 그것이 모두 기와처럼 생긴 돌이 됐다.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화산 폭발 기록입니다. 5년 후인 1007년에도 제주도에서 화산이 터졌습니다. 구름과 안개가..

아무튼, 외국어

조지영 지음. 위고 펴냄. 2018년 5월 10일 초판 1쇄. 외국 문학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텍스트와의, 저자와의, 또 나와의 싸움인지를 어렴풋이 눈치채자마자 바로 연애와 동아리 활동에 매진했다(25쪽). 정작 진짜 불문과 학생이 되고 난 후 프랑스어와 나의 사이는 서먹서먹해졌다(34쪽). 프랑스에서는 ‘어디가 아프다’라는 표현을, ‘어디에 아픔을 갖고 있다’로 표현한다.······중략······우리도 통상 ‘나는 머리가 아프다’라고 말하니까, 프랑스어에서 ‘나는 그대가 아프다’라고 한다면, 몸이 아파서 느끼는 통증처럼, 내가 그 사람을 아프게 느낀다 정도의 뉘앙스랄까(37, 38쪽)? (스테판) 츠바이크는, 그래서 감히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새벽과 황혼, 전쟁과 평화, 상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