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078

요즘 것들의 사생활

이혜민 지음. 900KM 펴냄. 2018년 8월 1일 초판 1쇄. 다미안: 부모님은 여전히 내가 부모님 소속이고, 결혼하면서 우리 소속으로 이 사람을 끌어왔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건, ‘이제 이 사람은 당신 집안 사람이 아니고 우리 집안 사람이에요’라는 뜻이잖아요. 물론 아버지는 별 뜻 없이 의례적으로 한 말이셨겠지만 저는 그게 결례라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저는 저조차도 부모님에게 속해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냥 거기 ‘출신’인 것뿐이죠(54쪽). 에바: 그래도 사실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에요. 물론 다미안 집이 그렇게 불편한 집도 아니고 뭔가 시키지도 않으시는데 이상하게 그런 거 있잖아요. 아무 말도 안 했지만 뭔가 해야 될 거 같고 가만히 있으면 이상하..

이등 시민

틸리 올슨 비롯한 아홉 명 지음. 모이라 데이비 엮음. 김하현 옮김. 시대의창 펴냄. 2019년 6월 20일 초판 1쇄. 그레이스 페일리 나의 마음은 짧고 통통한 내 아들의 손가락으로 영원히 수감되어, 마치 알카트라즈 감옥 철창에 갇힌 왕처럼 흑백 줄무늬를 그리며 빛났다(39쪽). 부치 에메체타 왜 남자는 바뀌고, 적응하고, 새로운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걸까(61쪽)? 누구도 애들한테 그 빌어먹을 신부 값을 내지 않을 거야. 우리 애들은 자기 남자를 사랑하고 존중하기 때문에 결혼하게 될 거야. 가장 돈을 많이 주는 사람을 찾거나 자기 집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70쪽). 린다 쇼어 학교는 상태가 좋은 사람도 안 좋게 만든다. 미학적으로도 추하지만,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

엄마는 페미니스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민음사 펴냄. 2017년 8월 18일 1판 1쇄. 2017년 9월 13일 1판 3쇄. 나는 ‘만능’ 여성에 대한 논쟁에는 관심이 없어. 왜냐하면 그것은 육아와 가사를 여자만의 영역으로 간주하는 논쟁이기 때문이야. 난 거기에 절대로 반대해. 가사와 육아는 성 중립적이어야 하고, 우리는 여자가 ‘만능’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바깥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는 부모들을 지원하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가를 물어야 해(20쪽). 육아를 동등하게 분담해. ‘동등하게’가 무얼 의미하는가는 물론 너희 두 사람에게 달렸어. 서로가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똑같이 주의를 기울이면서 맞춰 나가야 할 거야.······중략······진정한 평등이 있는 곳에는 분노가 존재하지 않아(23쪽). 요..

생활 세제 ━ 그동안 화학 세제를 너무 썼어!

에프북스 편집부 지음. for books 펴냄. 2014년 7월 20일 초판 1쇄. 베이킹소다를 녹인 물은 바다나 강으로 흘러가도 Ph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오히려 베이킹소다가 물에 녹으면 자연계의 나트륨 이온과 탄산수소 이온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강과 바다를 정화시켜 준다(11쪽). 집안일이란 참으로 영악해서 도무지 쉴 틈을 주지 않습니다. 하면 할수록 일거리가 늘어나는 법이지요. 안 하겠다. 대충 하겠다. 그러는 사람들에게는 후하게 굴다가도 본성이 쉴 줄 모르는 여자에게는 짓궂게도 자꾸만 일거리를 안겨 주니까요. 그걸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고 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게 우리 여자들의 습성입니다. 병이지요. 정말 그렇습니다(79쪽).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엘리 펴냄. 2018년 2월 7일 초판 1쇄. 마룻바닥을 걸레로 닦는 일은 일종의 마음 수양이다. 바닥이 반짝반짝 빛나면 내 마음도 반짝반짝 빛난다······라며, 꼭 스님 같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청소가 ‘엄청난 일’이 아니게 됐다. 먼지를 발견하면 곧바로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집어 와 쓱쓱 모은다. 생각해 보니 늘 대청소를 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 이 정도면 귀찮을 일이 전혀 없다(57쪽). 없으면 살 수 없다고 믿었던 가전제품이, 없어도 살 수 있게 됐고, 아니 없는 게 더 편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의외로 풍요로워지기도 하고, 그렇게 되어 갔다.······중략······지금까지 ‘좋은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편리함’을 이제는 의심하게 되어..

설거지 누가 할래

야마우치 마리코 지음. 황혜숙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2018년 9월 28일 초판 1쇄. 남자 친구는 혼자 생활했을 때보다 눈에 띄게 주변 정리를 귀찮아 한다. 원래 성격이 그랬던 건지 천하태평이다. 집안일 분담에 대해 대화를 나누려고 해도 건성으로만 대답한다. 내가 무언가 해 달라고 하면 입으로는 “네, 네”라고 하지만 한 귀로 듣고 흘릴 뿐, 뭔가를 제안하거나 정한 생활 규칙을 마지못해 따라올 뿐이다(쓰레기 처리만큼은 남자 친구의 역할이라고 정해 주니 별 불만 없이 하기는 한다. 마치 임무를 수행하는 것처럼(27쪽)). 남자들은 가전제품이나 도구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고 있다. 남자를 집안일에 동참시키고 싶다면 그들의 의무감을 자극해 보자(50쪽). 결혼한 지 이제 겨우 두 달이..

나의 F코드 이야기

이하늬 지음. 심심 펴냄. 2020년 10월 15일 초판 1쇄. 최소 3개월 동안 매일 약을 먹어야 한다고? 나는 그렇게 장기간 약을 먹어 본 적이 없었다(37쪽). 내가 쓴 기사가 제일 좋다는 말을 들은 날이면 그냥 하는 말이겠지 하면서도 어린 시절처럼 종일 그 말을 만지작거렸다.······중략······나는 10분마다 내 기사를 열어 보고 댓글이 몇 개나 달렸는지, ‘좋아요’는 몇 개나 되는지 확인했다(109쪽). 나는 범불안장애다. 별것 아닌 일을 걱정하며 불안해하고 이런 불안 중 일부가 지속되면서 불안이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111쪽). 나는 불안에 잡혀 사는 사람이었다. 불안을 다루는 방법은 물론 불안을 다룰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중략······상담을 하며 걱정과 불안 보따리를..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우에노 지즈코, 미나시타 기류 지음. 조승미 옮김. 동녘 펴냄. 2017년 1월 16일 초판 1쇄. 2017년 2월 20일 초판 2쇄. 우에노 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가 1990년대에 대학을 졸업하고도 부모에게 얹혀살면서 기초적인 생활을 의존하는 비혼자를 ‘기생충 싱글’이라 부르고 명쾌한 해석을 제시했죠. “젊은 남녀가 왜 결혼하지 않는가. 그건 남녀 모두 결혼하면 손해 보기 때문”이라고요. 그런데 여자와 남자가 손해 보는 내용이 달라요. 결혼하면 여자는 시간을 잃고, 남자는 돈을 잃는다는 거죠. 정말 명쾌한 결론이에요. 여자가 시간을 잃는다고 느끼는 건 가사와 육아는 전부 여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결혼관 때문이고, 남자가 돈을 잃는다고 느끼는 건 남자가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결혼관 때문이라는 얘기죠..

할배의 탄생

최현숙 지음. 이매진 펴냄. 2016년 10월 26일 1쇄. 2016년 11월 30일 2쇄. ‘정상의 성규범’이란 이성애의 결혼 관계 안에서 남성 주도로 건강한 남녀가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며 육아와 교육비를 가족이 책임지는 방식을 정상으로 분류하는 가부장적 성 규범이다. 이 규범에 따르면 이성애가 아닌 다양한 성들은 비정상이 돼 비난받고 심지어 법의 처벌까지 받는다. 건강한 국민과 노동력을 싸게 공급받으려고 국가와 자본은 정상의 성 규범을 끊임없이 유포한다. 정상의 성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를 비정상이라 비하하고, 죄인으로 여기게 된다(9쪽). 김용술. 내가 45년생 해방동이야. 3월생이고. 태어나기는 전북 부안 동진면이고, 아버지 고향이었지. 일제 시대였잖아. 아버지가 재산이 많았는데 다 들어먹었어..

며느리 사표

영주 지음. 사이행성 펴냄. 2018년 2월 12일 초판 1쇄. 2018년 4월 10일 초판 3쇄. 시댁 방문이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해야만 한다’는 의무였기에 괴로웠다.······중략······나와 달리 남편은 주말에서 자유로웠다. 일요일마다 다니는 운동이나 회원들과의 모임으로 시댁에 안 가는 날이 잦았다(31쪽). 시댁에 함께 살 때 남편에게 집안일은 다른 행성의 일이었다. 집안일은 며느리인 나와 시어머님이 하고 자잘한 일들이 있으면 시누가 도와주었다. 그러니 남편은 설거지를 해본 적도, 청소기 한 번 돌려본 적도 없었다(45, 46쪽). 남편은 “내가 내 집에서 편하게 담배도 못 피우냐”라고 말했다. 집에서 담배 피우는 것을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고, 그것이 자신의 권리인 양 당당했다(9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