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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은 개뿔

신혜원 이은홍 지음. 사계절 펴냄. 2019년 5월 21일 1판 1쇄. 2020년 5월 29일 1판 2쇄. “난 전통보다 평등이야! 좋아, 넌 장인, 장모라 불러! 난 시부, 시모라 부를 거야!” “어, 정말 왜 그래? 별것 아닌 일로 꼬투리나 잡고! 뭐가 불만인데(27쪽)!” 주먹으로 내려친 상 한가운데는 그날의 폭력을 기억하라는 듯이 뭉개져 있었다. 지울 수 없는 자국. 내 마음의 상처도 마찬가지였다(33쪽). “참 내, 부부가 일일이 그걸 말해야 알아? 딱 보면 몰라?” “모르지! 말 안 하면 어떻게 알겠어? 서로 그런 사정 있으면 상의하자고 약속했잖아! 우리 약속을 기억 못 해? 난 그게 화가 나! 미리 이야기했음 내가 준비했잖아.” “하, 난 정말 노력하고 있는데, 내가 널 얼마나 잘 도와주는지..

제주도 도구의 생활사

고광민 지음. 한그루 펴냄. 2019년 11월 20일 초판 1쇄. 제주도는 화산섬이다. 화산섬의 길바닥은 거칠다. 짚신은 쉬 닳아버렸다. 짚신 한 켤레의 수명은 보통 15일 정도였다. 그러니 한 사람이 1년에 24 ~ 30켤레 정도가 필요하였다(35쪽). ‘금줄’은 왼쪽으로 꼰 새끼로 꼰 줄이었다. 금줄은 신성한 줄이기에 일상적인 줄과 구분하려고 왼쪽으로 꼰 새끼를 사용했을 것이다(58쪽). 제주도의 해삼은 붉은빛이 감도는 홍삼이다. 제주 사람들은 이를 ‘미’라고 한다(112쪽). 1988년 음력 8월 초여드렛날이다. 물때는 조금이다. 동풍이 부는 날이다.······중략······한 잠녀가 바위틈에 손목이 끼어 목숨을 잃었다. 전복을 따다가 벌어진 일이다(118쪽). 초가지붕에 올라앉아 있는 박을 따다가..

조선 동아 100년을 말한다

김동현 박래부 박종만 신홍범 원희복 이명재 이부영 이완기 조성호 정철운 최병선 한홍구 지음. 자유언론실천재단 펴냄. 2020년 8월 15일 초판 1쇄. 지금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지탄의 대상이 되었지만, 1920년대 중반 두 신문은 우리 민족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의 근대 문화예술, 학술, 정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양대 신문의 기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17쪽). 그 중 동아 조선의 또 다른 ‘기형아’인 TV조선과 채널A의 2013년 5·18 광주항쟁에 북한국 개입 보도는 민주화 역사 왜곡과 남북 갈등을 동시에 의도한 대표적 악의적 보도였다. 이는 처음 광주 현장을 보도하지 않은 잘못, 폭동으로 매도한 잘못에 이은 광주시민을 세 번이나 죽인 악..

막내의 뜰

강맑실 지음. 사계절출판사 펴냄. 2021년 3월 23일 1판 1쇄. 동물과 새, 나무와 꽃을 좋아하는 엄마 아버지는 틈만 나면 온 식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엄마는 함께 가지 못할 때가 많다. 집안일이 많기 때문이다(51쪽).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126쪽).” 빨강이나 하늘색에 예쁜 동물 무늬가 있는 스웨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짙은 남색에 가슴과 등 뒤로 빙 돌아가며 노란색 마름모꼴 무늬가 있는, 누가 봐도 남자애들이 입는 스웨터였다.······중략······“워따, 남자 색깔, 여자 색깔이 어디 있다냐. 이 색이 진짜 멋진 색이여. 오래 입어도 안 질리고(176쪽).” 까닭 없이 마음이 울적할 때면 슬그머니 우물 속으로 들어갔다(233쪽). “대포는 시방 오빠가 ..

너에게 설거지를 보낸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고추가 어쩌고저쩌고 타령하는 사람 안방에 앉아 담배 피우는 아빠 장바구니 든 손이 부끄러운 아저씨 집안일 돕는 착한 남편 흉내만 내는 남자 집안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 않는 남자 싱크대 바깥으로 거품 일부러 튀기는 남자 싱크대 안에서 접시 일부러 깨뜨리는 남자 계급 앞세워 깡패 두목 노릇 하는 군인 후배에게 원산폭격 시키는 군대 안 다녀온 기자 여성 노동자에게 “쉬하고” 다시 마주 앉자는 사장 후배 기자를 “뭘 잘 모르는 애들”로 보는 논설실장 페미니즘을 “못된 사조”라 일컫고 월경 모른 채 폐경 그린 소설가 노동자가 죽어도 먼 산 바라보기 일쑤인 자본가 전기밥솥 열 줄 모르고 라면도 못 끓인다는 정치인 “해일이 이는데 조개나 줍고 있다”며 여성을 깔본 또 다른 정치인 핵발전 좋아하..

여자 사람 검사

서아람 박민희 김은수 지음. 라곰 펴냄. 2021년 3월 25일 초판 1쇄. 2021년 4월 1일 초판 2쇄. 수능 망친 나를 보며 “너도 참 똑똑했는데······ 어쩌다······”라고 말하던 선생님. 그 말에 집에 와서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16쪽). “남편과 함께 집안일을 나누어 하고, 평소에 시댁 어른들에게 예쁨을 많이 받아 원만한 고부 관계 속에서 아이들의 양육도 부탁드릴 것입니다(41쪽).” “함께 근무했던 만큼 차갑고 형식적으로 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또 불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변호사들을 친절하게 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따뜻하게 맞이하되, ‘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저 못 믿으십니까. 알아서 잘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말하겠습니다(42쪽).” 밥총무.······중략·····..

여섯 개의 폭력

이은혜 황예솔 임지영 조희정 이모르 김효진 지음. 글항아리 펴냄. 2021년 4월 28일 초판 인쇄. 고성과 발길질이 가해지던 어느 날 지나가던 중년 아저씨가 우릴 보고 타일렀다. “학생, 친구를 때리면 어떡해?” 하지만 “아저씨가 뭔데? 상관 말고 꺼져”라는 말을 듣자 아저씨는 몹시 놀란 나머지 재빨리 그곳을 떴고, 나는 구원자가 될 뻔한 사람을 놓친 후 오히려 그의 훈계 때문에 더 화가 난 K의 분풀이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22쪽). 학교는 청소년 세계의 전부이자 사회의 축소판이며 폭력을 가장 처음 맞닥뜨리게 되는 공간이다(36쪽). 어디선가 숨어서 울고 있을 많은 승민이들이 세상에 나와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73쪽). 시간이 지나면 아픔과 슬픔은 사라진다는 말은 거짓이다. 아픔은 여전히 가슴에 ..

네발로 떠난 트래킹

이수경 이장군 지음. 들녘 펴냄. 2021년 4월 19일 초판 1쇄. 옥녀봉 정상에 가면 키 큰 ‘그리팅맨’이 기다리고 있어.······중략······옥녀봉 정상에서 조금 쌩뚱맞게 인사를 하고 있는 그리팅맨은 남과 북이 겸손한 자세로 소통하며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대(93쪽). (쌩뚱맞다 → 생뚱맞다) 노추산은 설총과 율곡 이이가 학문을 닦은 곳으로, 산 아래 율곡 선생의 비석 구도장원비가 있어. 아홉 번 장원급제했다는 율곡 선생이 이곳에서 수학할 때 남긴 비석이래. 그런데 정작 노추산이라는 이름은 노나라 대표 인물인 공자와 추나라 대표 인물 맹자의 뜻을 기리기 위해 지었다고 하니 아이러니해. 조선의 학자 율곡 이이가 학문을 닦은 곳이니, 그분의 이름을 따야 하지 않나 싶은데 말..

방통위 속기록 속 LG유플러스·미래신용정보·MG신용정보 위법행위

By Eun-yong Lee 지난 6월 9일 수요일 오전 9시 35분. 정부과천청사 2동 4층 방송통신위원회 심판정. 2021년 제23차 위원회를 앞두고 의안·정책관리팀이 이런저런 회의 준비로 바빴다. 기자는 방청석에 앉았고. 9시 45분. 심판정으로 들어온 김영관 방통위 대변인이 기자에게 “듣자니 이 안건 기사를 쓰셨다고···”라며 관심을 보였다. 그날 의결 안건은 하나. ‘엘지유플러스의 이동전화서비스 이용요금 미납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조치에 관한 건’이었으니 눈길이 쉬 쏠릴 만했다. 맞다. 기자는 2020년 7월 7일 를 썼고, 같은 해 7월 29일 과 9월 29일 을 잇따라 냈다. 여러 제보자 덕에 기사를 잇댔고, 경찰과 검찰과 방통위와 금융감독원과 국세청 눈길이 채권 불법 추심..

銀容사說 2021.07.04

똑똑한, 이상한, 꿈틀대는 뉴미디어

주형일 지음. 우리학교 펴냄. 2020년 2월 7일 초판 1쇄. 2021년 1월 28일 초판 4쇄. 미니텔은 1980년 프랑스 정부가 개발한 통신 네트워크 서비스로, 미니텔이라고 하는 단말기를 전화망에 연결하면 문자 텍스트와 간단한 그래픽 형태로 정보를 검색하고 채팅을 하거나 상품을 구매할 수 있었어요. 미니텔은 1990년대까지 큰 인기를 누리며 사용되다가 인터넷의 보급으로 점차 사용이 줄어들어 2012년 서비스가 중단되었습니다(22, 23쪽). 한국의 ‘디지털성범죄아웃(Digital Sexual Crime Out, DSO)’이란 단체에서는 리벤지 포르노라는 명칭이 피해자에게 잘못을 전가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안 되며, ‘유포형 범죄’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이버인권보호기구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