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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의 폭력

이은혜 황예솔 임지영 조희정 이모르 김효진 지음. 글항아리 펴냄. 2021년 4월 28일 초판 인쇄. 고성과 발길질이 가해지던 어느 날 지나가던 중년 아저씨가 우릴 보고 타일렀다. “학생, 친구를 때리면 어떡해?” 하지만 “아저씨가 뭔데? 상관 말고 꺼져”라는 말을 듣자 아저씨는 몹시 놀란 나머지 재빨리 그곳을 떴고, 나는 구원자가 될 뻔한 사람을 놓친 후 오히려 그의 훈계 때문에 더 화가 난 K의 분풀이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22쪽). 학교는 청소년 세계의 전부이자 사회의 축소판이며 폭력을 가장 처음 맞닥뜨리게 되는 공간이다(36쪽). 어디선가 숨어서 울고 있을 많은 승민이들이 세상에 나와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73쪽). 시간이 지나면 아픔과 슬픔은 사라진다는 말은 거짓이다. 아픔은 여전히 가슴에 ..

네발로 떠난 트래킹

이수경 이장군 지음. 들녘 펴냄. 2021년 4월 19일 초판 1쇄. 옥녀봉 정상에 가면 키 큰 ‘그리팅맨’이 기다리고 있어.······중략······옥녀봉 정상에서 조금 쌩뚱맞게 인사를 하고 있는 그리팅맨은 남과 북이 겸손한 자세로 소통하며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대(93쪽). (쌩뚱맞다 → 생뚱맞다) 노추산은 설총과 율곡 이이가 학문을 닦은 곳으로, 산 아래 율곡 선생의 비석 구도장원비가 있어. 아홉 번 장원급제했다는 율곡 선생이 이곳에서 수학할 때 남긴 비석이래. 그런데 정작 노추산이라는 이름은 노나라 대표 인물인 공자와 추나라 대표 인물 맹자의 뜻을 기리기 위해 지었다고 하니 아이러니해. 조선의 학자 율곡 이이가 학문을 닦은 곳이니, 그분의 이름을 따야 하지 않나 싶은데 말..

방통위 속기록 속 LG유플러스·미래신용정보·MG신용정보 위법행위

By Eun-yong Lee 지난 6월 9일 수요일 오전 9시 35분. 정부과천청사 2동 4층 방송통신위원회 심판정. 2021년 제23차 위원회를 앞두고 의안·정책관리팀이 이런저런 회의 준비로 바빴다. 기자는 방청석에 앉았고. 9시 45분. 심판정으로 들어온 김영관 방통위 대변인이 기자에게 “듣자니 이 안건 기사를 쓰셨다고···”라며 관심을 보였다. 그날 의결 안건은 하나. ‘엘지유플러스의 이동전화서비스 이용요금 미납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조치에 관한 건’이었으니 눈길이 쉬 쏠릴 만했다. 맞다. 기자는 2020년 7월 7일 를 썼고, 같은 해 7월 29일 과 9월 29일 을 잇따라 냈다. 여러 제보자 덕에 기사를 잇댔고, 경찰과 검찰과 방통위와 금융감독원과 국세청 눈길이 채권 불법 추심..

銀容사說 2021.07.04

똑똑한, 이상한, 꿈틀대는 뉴미디어

주형일 지음. 우리학교 펴냄. 2020년 2월 7일 초판 1쇄. 2021년 1월 28일 초판 4쇄. 미니텔은 1980년 프랑스 정부가 개발한 통신 네트워크 서비스로, 미니텔이라고 하는 단말기를 전화망에 연결하면 문자 텍스트와 간단한 그래픽 형태로 정보를 검색하고 채팅을 하거나 상품을 구매할 수 있었어요. 미니텔은 1990년대까지 큰 인기를 누리며 사용되다가 인터넷의 보급으로 점차 사용이 줄어들어 2012년 서비스가 중단되었습니다(22, 23쪽). 한국의 ‘디지털성범죄아웃(Digital Sexual Crime Out, DSO)’이란 단체에서는 리벤지 포르노라는 명칭이 피해자에게 잘못을 전가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안 되며, ‘유포형 범죄’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이버인권보호기구 역..

여행준비의 기술

박재영 지음. 글항아리 펴냄. 2020년 11월 8일 초판 인쇄. 우선 시그널 뮤직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뛰는 ‘걸어서 세계속으로’가 있다. 작곡가이자 오카리나 연주자인 한태주 님의 라는 곡인데, 나는 우울할 때면 이 음악을 듣는다(64쪽). 우리는 내가 좋아하는 곳을 가는 게 아니라 남들이 좋다고 하는 곳을 갈 때가 많은 듯하다(67쪽). 욕심은 경계해야 할 대상이지만, 희망은 최대한 많이 품어야 할 덕목이다. 가장 무서운 것이 희망을 잃어버리는 일이라 하지 않던가. 나이를 먹어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건 좋은 일이다(92쪽). 제주도에도 자전거를 타고 해안가를 여행하며 쓰레기를 줍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201쪽). 좋은 곳이 좋은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곳이 좋은 곳이다(203쪽).

송일준 PD 제주도 한 달 살기

송일준 지음. 스타북스 펴냄. 2021년 5월 30일 초판 1쇄. 2021년 6월 4일 초판 3쇄. 주차칸으로 내려가기 전 출구. 하얀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승객 한 사람 한 사람 빼놓지 않고 체온을 재고 있다. 팬데믹을 다룬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왠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12, 13쪽). 소 모양을 닮은 못이라고 쇠소. 거기에 제주도 말로 끝을 의미하는 깍이 붙어 쇠소깍이란다(25쪽). 박정희가 죄수들을 동원해 만들었다는 5·16도로를 달린다(30쪽). “여기 있네. 의자 사이에.” “무슨 소리야. 없었는데. 당신 주머니에서 찾았지? 으이그. 창피해 죽겠네. 저기 창가에 앉은 사람들, 다 봤을 거 아니야(33쪽).” 나는 사장이라는 호칭보다 피디라고 불리는 게 더 좋은 사람이다. 어떤 일을 하든 ..

금감원, LG유플러스 연체료 불법 추심한 미래신용정보에 과태료 1억 원 부과

By Eun-yong Lee 금융감독원이 지난 14일 LG유플러스 통신요금 채권을 불법 추심한 미래신용정보에게 과태료 1억960만 원을 부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6조 1항에 따라 LG유플러스를 비롯한 3개사로부터 ‘연체 2개월 이하 채권’ 추심을 수임한 사실을 채무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책임을 졌다. 2020년 11월 20일 기준으로 법률 위반 수가 3890건. 이는 같은 해 10월과 11월 1일, 8일에 채권 회수를 의뢰받아 11월 19일까지 상환되지 않은 채권 가운데 미래신용정보가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한 기록이 확인된 결과였다. 적발 기간이 2020년 10월과 11월로 2개월에 지나지 않아 의문을 남겼다. 한 위임직 채권추심원은 ‘미래신용정보에게 소송 행위 관..

아무튼, 클래식

김호경 지음. 코난북스 펴냄. 2021년 3월 12일 초판 1쇄. 2021년 5월 5일 초판 2쇄. 그런데, 음악은 그저 음악 아닌가? 음악을 언어로 환원하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지(11쪽)? 천장까지 빼곡한 금빛 장식과 부르주아들이 느리게 움직였을 거대한 공간을 서성이며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이곳을 짓느라 시달렸을까 생각했다(110쪽). 나름대로 기자 일에 익숙해지자 초심 같은 건 잃어버렸다. 타협하는 마음과 피로감을 쳇바퀴처럼 굴려가며 적당히 버티고 있었다(147쪽).

그대로 믿어 주기 힘든 우본 ‘우수 공무원’ 추천

A는 지금 서울 시내 한 우체국 국장이다. 4급 서기관. 우체국을 품은 우정사업본부(우본)뿐만 아니라 중앙행정기관에서도 일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2월 31일 우본에서 맡은 일 경쟁력을 높였고 관리 체계를 안정화했다는 칭찬 속에 ‘우수 공무원’으로 추천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그를 우수 공무원으로 추천한 건 우본 운영지원과. 2016년 11월 2일 우정 공무원 108명을 칭찬하고 상을 주라며 미래창조과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요청할 때 A도 포함됐다. 대통령 표창을 받을 만하다는 여덟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한데 상 받을 날을 앞두고 사달이 났다. 그해 12월 19일 대전둔산경찰서로부터 A의 폭행죄 수사를 시작했다는 알림이 우본 감사담당관실로 온 것. 길거리에서 처음 보는 사람을 때린 혐..

銀容사說 2021.06.22

썅년의 미학 플러스

민서영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2019년 6월 13일 초판 1쇄. 2020년 4월 30일 초판 4쇄.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천적을 죽이는 것입니다(29쪽). “아~ 여자 만나고 싶다. 여자 친구 사귀고 싶다아~. 야, 여자 만나려면 진짜 어떻게 해야 되냐?” “일단 운동과 적절한 식이요법으로 체형을 다듬고, 피부관리도 하고, 잘 씻고, 깨끗한 옷을 잘 입고 다녀야지.” “그럼 여자가 좋아해?” “적어도 지금만큼 싫어하지는 않을 걸(34쪽).” 우리도 멋진 남자가 보고 싶다! 잘생긴 남자,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고, 자기 일을 제대로 하고,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는 그런 남자! 우리가 원하는 건 그저 ‘참한 남자’일 뿐인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41쪽)? “에이, 걔가 그럴 애가 아닌데··· 설사 그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