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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준비의 기술

박재영 지음. 글항아리 펴냄. 2020년 11월 8일 초판 인쇄. 우선 시그널 뮤직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뛰는 ‘걸어서 세계속으로’가 있다. 작곡가이자 오카리나 연주자인 한태주 님의 라는 곡인데, 나는 우울할 때면 이 음악을 듣는다(64쪽). 우리는 내가 좋아하는 곳을 가는 게 아니라 남들이 좋다고 하는 곳을 갈 때가 많은 듯하다(67쪽). 욕심은 경계해야 할 대상이지만, 희망은 최대한 많이 품어야 할 덕목이다. 가장 무서운 것이 희망을 잃어버리는 일이라 하지 않던가. 나이를 먹어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건 좋은 일이다(92쪽). 제주도에도 자전거를 타고 해안가를 여행하며 쓰레기를 줍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201쪽). 좋은 곳이 좋은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곳이 좋은 곳이다(203쪽).

송일준 PD 제주도 한 달 살기

송일준 지음. 스타북스 펴냄. 2021년 5월 30일 초판 1쇄. 2021년 6월 4일 초판 3쇄. 주차칸으로 내려가기 전 출구. 하얀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승객 한 사람 한 사람 빼놓지 않고 체온을 재고 있다. 팬데믹을 다룬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왠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12, 13쪽). 소 모양을 닮은 못이라고 쇠소. 거기에 제주도 말로 끝을 의미하는 깍이 붙어 쇠소깍이란다(25쪽). 박정희가 죄수들을 동원해 만들었다는 5·16도로를 달린다(30쪽). “여기 있네. 의자 사이에.” “무슨 소리야. 없었는데. 당신 주머니에서 찾았지? 으이그. 창피해 죽겠네. 저기 창가에 앉은 사람들, 다 봤을 거 아니야(33쪽).” 나는 사장이라는 호칭보다 피디라고 불리는 게 더 좋은 사람이다. 어떤 일을 하든 ..

금감원, LG유플러스 연체료 불법 추심한 미래신용정보에 과태료 1억 원 부과

By Eun-yong Lee 금융감독원이 지난 14일 LG유플러스 통신요금 채권을 불법 추심한 미래신용정보에게 과태료 1억960만 원을 부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6조 1항에 따라 LG유플러스를 비롯한 3개사로부터 ‘연체 2개월 이하 채권’ 추심을 수임한 사실을 채무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책임을 졌다. 2020년 11월 20일 기준으로 법률 위반 수가 3890건. 이는 같은 해 10월과 11월 1일, 8일에 채권 회수를 의뢰받아 11월 19일까지 상환되지 않은 채권 가운데 미래신용정보가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한 기록이 확인된 결과였다. 적발 기간이 2020년 10월과 11월로 2개월에 지나지 않아 의문을 남겼다. 한 위임직 채권추심원은 ‘미래신용정보에게 소송 행위 관..

아무튼, 클래식

김호경 지음. 코난북스 펴냄. 2021년 3월 12일 초판 1쇄. 2021년 5월 5일 초판 2쇄. 그런데, 음악은 그저 음악 아닌가? 음악을 언어로 환원하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지(11쪽)? 천장까지 빼곡한 금빛 장식과 부르주아들이 느리게 움직였을 거대한 공간을 서성이며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이곳을 짓느라 시달렸을까 생각했다(110쪽). 나름대로 기자 일에 익숙해지자 초심 같은 건 잃어버렸다. 타협하는 마음과 피로감을 쳇바퀴처럼 굴려가며 적당히 버티고 있었다(147쪽).

그대로 믿어 주기 힘든 우본 ‘우수 공무원’ 추천

A는 지금 서울 시내 한 우체국 국장이다. 4급 서기관. 우체국을 품은 우정사업본부(우본)뿐만 아니라 중앙행정기관에서도 일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2월 31일 우본에서 맡은 일 경쟁력을 높였고 관리 체계를 안정화했다는 칭찬 속에 ‘우수 공무원’으로 추천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그를 우수 공무원으로 추천한 건 우본 운영지원과. 2016년 11월 2일 우정 공무원 108명을 칭찬하고 상을 주라며 미래창조과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요청할 때 A도 포함됐다. 대통령 표창을 받을 만하다는 여덟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한데 상 받을 날을 앞두고 사달이 났다. 그해 12월 19일 대전둔산경찰서로부터 A의 폭행죄 수사를 시작했다는 알림이 우본 감사담당관실로 온 것. 길거리에서 처음 보는 사람을 때린 혐..

銀容사說 2021.06.22

썅년의 미학 플러스

민서영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2019년 6월 13일 초판 1쇄. 2020년 4월 30일 초판 4쇄.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천적을 죽이는 것입니다(29쪽). “아~ 여자 만나고 싶다. 여자 친구 사귀고 싶다아~. 야, 여자 만나려면 진짜 어떻게 해야 되냐?” “일단 운동과 적절한 식이요법으로 체형을 다듬고, 피부관리도 하고, 잘 씻고, 깨끗한 옷을 잘 입고 다녀야지.” “그럼 여자가 좋아해?” “적어도 지금만큼 싫어하지는 않을 걸(34쪽).” 우리도 멋진 남자가 보고 싶다! 잘생긴 남자,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고, 자기 일을 제대로 하고,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는 그런 남자! 우리가 원하는 건 그저 ‘참한 남자’일 뿐인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41쪽)? “에이, 걔가 그럴 애가 아닌데··· 설사 그랬다 ..

과학자에게 이의를 제기합니다

도다야마 가즈히사 지음. 전화윤 옮김. 2019년 12월 17일 1판 1쇄.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학교 다닐 때 과학을 많이 배우긴 했는데 기억나는 건 거의 없다. 학교 교육이 끝난 후 과학과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배우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10쪽). 과학은 100퍼센트의 진리와 100퍼센트의 허위 사이에 있는 회색영역에서 ‘조금이라도 좋은 가설’을 추구하는 행위입니다(29쪽). Philosophiae Naturalis는 자연철학을 가리킵니다. 뉴턴이 살던 17세기에는 ‘사이언스’라는 말은 쓰지 않았습니다.······중략······지금 우리가 과학이라 부르는 것은 scientia라고 하기보다 라틴어로 Philosophiae Naturalis, 영..

책갈피의 기분

김먼지 지음. 제철소 펴냄. 2019년 4월 29일 초판 1쇄. 그렇다. 종이와 활자 뒤에 숨어 아무리 고상한 척해도 결국 출판은 산업이요, 출판사는 사업이고, 책은 상품이다(42쪽). 코딱지만 한 우리 회사는 매달 새로운 책이 나와야 매출이 생긴다. 매출이 생겨야 회사와 내 월급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51쪽).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2018년은 정부가 지정한 ‘책의해’였다. 그해 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민독서실태조사’를 발표했는데,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했다(123쪽). 그는 이제 아이들을 위한 아름답고 예쁜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나는 잘 팔리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들고 간 계약서에는 도장을 받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

출판하는 마음

은유 지음. 제철소 펴냄. 2018년 3월 29일 1판 1쇄. 2018년 4월 30일 1판 2쇄. “제가 IMF 직격탄 세대인데 뭘 가리고 빼고 할 겨를이 없었지요. 무시무시한 국가 재앙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월급 60만 원짜리 잡지사 기자로 스물셋에 덜컥 취직을 했어요. 그게 라는 월간 문학문화잡지예요(29쪽).” 끊임없는 독서로 일상의 불안을 잠재우고 편집자의 본분을 다한다(51쪽). 메모 습관은 장소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처음 만난 이와 일대일로 대화를 나눌 때도 친구들이랑 있을 때도 쓸 만한 게 생각나면, “잠시만요” 말을 끊고 적는다. 기억은 사라져도 메모는 남는 법. 자신을 믿기보다 기록을 믿는다(69쪽). 저자는 자기 글의 최초 독자다. 저자가 최초로 위로받는 독자인 게 맞다. 자신을 위로..

죄수와 검사 ━ 죄수들이 쓴 공소장

심인보 김경래 지음. 뉴스타파 펴냄. 2021년 4월 30일 초판 1쇄. ‘조 브라더스’라고 불렸다. ‘브라더’ 가운데 동생에 해당하는 첫 번째 조 씨는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금융 사기범으로, 워낙 머리가 잘 돌아가고 입담이 좋아서 검사실에 단골 출정을 하며 수사를 도왔던 인물이다(29쪽). 판결문에 나온 동생 조 씨의 행태는 정말이지 가관이었다. 조 씨는 수사관 J의 비호를 받으며 서부지검 415호 검사실을 개인 사무실처럼 사용했다(31쪽). 조 씨는 이렇게 검사실의 위세를 업고 사기 행각을 벌이다 2016년 9월 결국 체포됐다. 조 씨를 체포한 것은 다름 아닌 최희정 검사실이었다. 조 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결과 2 ~ 3박스 분량의 수사 기밀 자료가 나왔다(32쪽). 우리는 죄수, 즉 제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