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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엔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웅진씽크빅 펴냄. 2008년 4월 30일 초판 1쇄. 2022년 2월 21일 3판 54쇄. 사랑이 폭발성 화약처럼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52쪽). 사건의 전모가 이처럼 간단하고 두루뭉술했다(63쪽). 석양은 뒤뜰 채마밭을 비추더니 서서히 부엌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151쪽). 그는 류롄이 세상에서 가장 큰 반혁명자이자 당 안에 숨어 있는 최고의 여간첩이며 혁명 대오 속에 매설된, 수소폭탄보다 강력하고 원자탄보다도 백 배는 강력한 시한폭탄이라는 말을 세 번 반복했다(203쪽). 우다왕은 류롄의 그 처연한 미소가 자신에게 평생 불멸의 낙인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234쪽).

서머싯 몸 단편선 1

서머싯 몸 지음. 황소연 옮김. 민음사 펴냄. 2021년 8월 27일 1판 1쇄. “당신 사내들! 이 추잡하고 더러운 돼지들! 당신들 모두 똑같아, 당신들 모두. 돼지들! 돼지들!” 맥패일 박사는 그 말을 알아듣고 말문이 막혔다(77쪽). 그의 삶은 떳떳했다. 그는 늙어 가는 것이 만족스러웠다(182쪽). “가난하지만 정직한 부모의 딸로서 나는 내 출신을 부끄러워할 이유가 전혀 없고, 내가 변변찮은 업계에서 생계를 꾸렸다고 해서 당신이 나를 비난할 까닭도 없어요(325쪽).” “그 품위 있는 부인이 네 행동을 지지할 거라는 뜻이야? 오 템포라, 오 모레!(오, 시대여, 오, 세태여!*) 이런 짓을 한 지 얼마나 됐지?” *로마의 정치인 키케로가 처음 한 말로, 변한 세태를 한탄하는 뜻으로 흔히 쓰이는 관..

전환시대의 논리

리영희 지음. 창비 펴냄. 1974년 6월 5일 초판 1쇄. 2005년 9월 5일 초판 30쇄. 2006년 3월 2일 2판 1쇄. 2017년 11월 7일 2판 21쇄. 우화도 그렇고 현실도 그렇고 역사는 한 단계의 투쟁이 끝나면 으레 ‘임금은 알몸이다’라고 폭로한 소년의 용기에 열중하는 나머지 힘없는 소년에게 그런 엄청난 임무를 떠맡기게 된 그 사회의 실패에 대해서는 눈이 미치질 않는다. 문제시해야 할 중요한 것은 그 영광(또는 해결)까지의 과정에 얼마나 많은 인간적 타락과 사회적 암흑과 지적 후퇴가 강요되었느냐 하는 사실을 인식하는 일이겠다(14쪽). 오늘의 사실을 오늘에 규명하지 않고 먼 훗날 ‘이제는 말할 수 있다’고 비화 읽을거리의 자료로 생각하는 한, 통치계급의 횡포는 계속되고 대중은 암흑을 더..

책 대 담배

조지 오웰 지음. 강문순 옮김. 민음사 펴냄. 2020년 2월 28일 1판 1쇄. 일 년 전쯤 흔히 출판의 자유를 옹호하는 글이라 부르는 존 밀턴의 책자 출간 300주년을 기념하는 펜(P.E.N.)클럽 대회에 참석했다.······중략······거기에 모였던 수백 명 중 절반 가까이는 글 쓰는 일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었을 텐데도, 만일 출판의 자유가 어떤 특별한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면, 출판의 자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비판하고 반대할 자유를 의미한다고 지적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20, 21쪽). 강요된 정설이 존재하는 곳 어디에서건 ━ 흔히 보듯 정설이 두 개가 존재하는 곳 어디에서건 ━ 좋은 글은 나오지 않는다(32쪽).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사랑과 욕망 세계사

호리에 히로키 지음. 김수경 옮김. 2021년 12월 30일 1판 1쇄. “사랑은 언어가 아니다. 사랑은 행동으로 표현된다.” 피카소가 남긴 명언이다. 이 말을 실행에 옮기기라도 하듯 건강한 육체를 가진 마리 테레즈와의 격정적 사랑은 그의 예술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다. 그 당시에도 그 후에도 마리 테레즈는 피카소의 예술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그가 훗날 “피카소는 여자와 몸을 섞어야만 비로소 그림을 그린다”는 흥미로운 증언을 했다(96, 97쪽). 피카소에게 여자란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그는 자신이 사랑한 여자들을 그림을 그리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감’을 샘솟게 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여겼다(100쪽). 모차르트..

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한겨레출판 펴냄. 2010년 9월 15일 초판 1쇄. 2020년 6월 8일 초판 19쇄. 혁명군은 때로는 열정으로 이기기도 하지만, 징집군은 무기로만 이길 수 있다(61쪽). 전쟁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에도 정부를 욕하고, 적을 칭찬하고, 항복을 요구하는 신문들과 팜플렛들이 거의 아무런 간섭 없이 길거리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이는 언론 자유에 대한 존중이라기보다는 그 정도애 별일 아니라는 단순한 인식에서 비롯된 현상이다(106쪽). 1832년 이후로 토지를 소유한 귀족들은 점차 권력을 잃었지만, 사라지거나 화석이 된 게 아니라 그들을 대체한 상인, 제조업자, 금융업자와 통혼을 했고, 이들을 금세 자기들의 판박이로 만들어버렸다(108, 109쪽). ‘빨갱..

언론노조 30년사 3. 2008 ~ 2017

전국언론노동조합 펴냄. 2021년 11월 23일. (2008년) 9월 2일 언론노조 KBS본부의 간판은 내려졌고, 대신 KBS노동조합 간판이 내걸렸다. 현판식에는 이병순 사장이 부사장들을 대동하고 기념 촬영을 했다(72쪽). 언론노조가 계획한 ‘조중동 OUT’의 대장정은 9월 27일 부산에서 ‘진알시’ 주최로 열린 ‘언론굿’판에 결합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지만, 민주노총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언론 교육과 홍보사업을 계속 이어갔다. 학습 시간을 따로 내어 공부할 정도로 언론의 중요성이 크다는 것을 노동자들도 인식하게 되었다(84쪽). 또한 언론중재법의 적용 대상을 확대해 인터넷 포털이나 언론사 닷컴, IPTV를 통한 언론보도로 피해를 받을 경우 중재·조정 신청을 가능하게 하여 포탈 등에 게재된 기사의 삭제와..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리베카 솔닛 지음. 창비 펴냄. 김명남 옮김. 2017년 8월 30일 초판 1쇄. “남자한테도 그런 걸 물으시나요(16쪽)?” 사도 바오로는 ‘고린도전서’에서 “여자들은 교회 안에서 잠자코 있어야 합니다. 그들에게는 말하는 것이 허락되어 있지 않습니다”라고 명했다. 신약성경의 다른 대목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나는 여자가 남을 가르치거나 남자를 다스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여자는 조용해야 합니다.” 미국 성공회에서 여자가 사제가 된 것은 1944년이었고, 영국 국교회에서는 1994년이 되어서였다. 미국에서 최초로 여성 랍비가 임명된 것은 1972년이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아직 여성이 사제로 임명된 예가 없다(49쪽). 사랑은 끊임없는 타협, 끊임없는 대화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거절당하고 버..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

하루카 요코 지음. 지비원 옮김. 메멘토 펴냄. 2016년 9월 20일 초판 1쇄. 일상생활에서 언어를 매개로 타인과 의사소통을 하는 이상 대개 어림짐작으로 다 이해했으려니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 이렇게 단 한 마디도 못하게 빈틈을 주지 않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아니라고 생각할 때는 즉각 개입한다. 언제 어떻게 개입하는지, 그 양상은 무척 다양하다. 그리고 언제나 적확하게 언어를 구사한다. 그런 광경은 평화롭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갑자기 벌어지는, 불과 몇 초 사이에 끝나는 격투기와도 같았다. 앗, 하는 순간에 승부가 나기 때문에 조금만 방심하면 그 순간을 흘려보내게 된다. 강의실에 있는 한, 나는 우에노 지즈코라는 사람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21쪽). 우에노 교수는 ‘남자는 미워하기만 해도 발기..